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덕질

이제는 나 덕질, 돈 덕질

by fly with

인생 노잼 시기에 접어들어서 왜일까? 생각해 보니 덕질을 관둬서 그런 것 같다. 덕질로 인생이 바뀌는 사람도 있던데 그렇게 무언가를 딥하게 좋아하거나 빠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취향이란 것이 생긴 나이부터는 꾸준히 무언가를 덕질했던 것 같다.


앨리 맥빌과 프렌즈로 처음 미드를 접하고 주말 내내 미드만 보다가 토할 것 같아서 잠시 산책하고 평일에도 또 달려서 보고, 인디밴드와 락페에 빠져 공연을 보러 다니고, 모두가 프로듀서가 되어 응원했던 프듀, 드라마에서 처음 본 아이돌 배우에 빠져 구 트위터 현 엑스를 처음 깔고 덕질을 하다 (꽤 오래갔다)가 이제는 휴덕이랄까 탈덕을 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인생의 도파민이 사라지고, 매일매일의 일상이 지루하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덕질은 순 기능이 많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빠져 새벽까지 영상을 보고 피곤해하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뭐 같은 회사 생활도 버티게 해 줬다.


탈덕을 하고 아쉬운 건 왜 연예인에 자아 의탁을 하고 그를 위해 소비를 했을까다. 다행히 라이트(?) 한 수준이라 굿즈 같은 것을 사모으거나 음반을 몇 백장 샀다거나 한 것도 없었지만 그 돈과 시간을 나 자신을 좋아하고 귀히 여기는 나 덕질에 썼으면 더 좋았을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뭐 덕질을 하며 즐거움을 줬던 부분이 있으니 그건 그대로 인정은 하지만.


여하튼 이런 와중에 노후 불안과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24년 연말정도부터 연금펀드와 미국 주식을 시작했는데, 주식이야말로 덕질의 끝판왕, 도파민 중독의 끝판왕인 것 같다. 요즘 장이 출렁 대서 자다가도 새벽에 갑자기 깨서 차트를 보고 화들짝 놀라고, 잠이 다 깨고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었다.


일희 일비하지 말아야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차트를 보다 보면 회사에서 있던 짜증 난 일도 잘 떠오르지 않고 제발 대박 나서 회사 탈출하게 해 주라 기도염불을 외우게 된다. 돈 덕질도 좋지만 나를 잃지 말아야지 휴..


정신 건강을 위해 주식을 조금 멀리 하고, 나를 가까이해야겠다. 연예인 덕질 하듯, 나 덕질을 하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언제 행복한지 알아가고 나한테 투자해야지.


나이가 드니,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지금은 별로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취향도 변해가는 것 같다. 변하지 않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아하고 하려고 노력하는 것 독서와 글쓰기 정도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독서일기도 새로 써 보려고 어제부터 연재하기로 시작했는데,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한데…(프롤로그만 올림)


새로운 취미나 취향 찾기도 많이 시도해 보고 싶다.

한 동안 무기력했을 때는 이런 생각조차 없이 하루하루가 버겁고 무언가 하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것인가 싶다.


어떤 책에서 봤던 글 귀처럼 레벨 업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진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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