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거는 아끼지 말자
유품 정리.
아빠의 물건들은 내가 정리하기로 했다.
선물했을 때 리액션이 정말 좋은 사람, 아빠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빠 생각에 이것저것 잘 사다 드렸다
새로운 간식부터 예쁜 옷, 편해 보이는 신발, 종류도 다양했고 아빠는 그럴 때마다 참 즐거워했다
그 모습 보는 재미에,
그 얼굴이 생각나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었던 건 다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어린아이처럼
곱게 포장된 선물을 보면 그 자리에 바로 뜯어보고 활짝 웃는 모습,
기쁘면 기쁠 것,
슬프면 슬플 것,
화나면 화낼 것
단어가 주는 표면적인 의미 그대로 드러내며 살아가던 아빠의 모습이 좋으면서도,
다혈질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던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나만의 속도로 유품을 정리할 수 있어서 어쩌면 다행인지 모른다.
온 가족이 함께였다면 오히려 더 슬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옷장을 열어 아빠의 옷을 하나둘 꺼내 보았다. 옷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이 스쳐간다.
내 결혼식에서 입었던 유난히 수려했던 마고자
중요한 자리에 교복처럼 등장했던 양복
겨울엔 이만한 게 없다고 꼭 입고 계셨던 발열내의
언니가 첫 해외출장에서 사다 드린 시계
엄마가 골라준 게 8 할인 아빠의 다양한 옷들
생명력 없는 물건이란 것에서 아빠의 공기와 숨결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유품정리는 단순한 물건 정리가 아니라, 물건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내 머릿속에서 다시 정돈하는 과정이었다. 만질 수 있는 물건은 버려졌지만, 그 물건이 아빠에게 닿아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는 아빠와 나, 우리 가족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대부분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내가 마지막까지 정리할지 말지 고민했던 아빠의 물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새것'이었다. 선물 받으면 늘 바로 뜯어보던 아빠였기에 '새것'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다름 아닌 엄마가 사 두었던 물건들이었다.
퇴원한 아빠가 새것만 입고 가볍고 새롭게 지내라는 의미로 엄마는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빠가 좋아할 색깔과 재질, 디자인의 옷들을 틈틈이 사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나를 울렸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날, 나는 우연히 한 드라마 클립에서 아들과 아빠의 대화장면을 보았다.
'사랑이란, 지더라도 끝까지 함께 져주는 것'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너도 언젠가 네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게 만드는 순간이 올 거다"라는 다음 대사를 들었을 때는
그저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아빠가 돌아가신 후 그 장면이 자주 떠올랐다. 이런 상황을 뜻하는 말이었을까. 아빠는 자식을 사랑했지만 결국 이렇게 울게 만들었다.
어렴풋이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아빠는 나를 울게 만들고 싶지 않으셨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