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에 대해 탐구해 보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철학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리즈입니다.
요한복음 8장 31절, 32절
31. To the Jews who had believed him, Jesus said,
“If you hold to my teaching, you are really my disciples.
32. Then you will know the truth, and the truth will set you free.”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예수님께 이 말씀을 들은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귀한 아브라함의 후손인데 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냐며 항변했다고 한다.
예수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아브라함의 후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실을 알지 못하면 죄에 종속되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물론 현대의 교회에서는 '죄'를 불신의 죄로 해석하는 편이지만, 요한복음에 나온 이 훌륭한 문구는 사람이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보편적인 가르침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진실에 이르는 길에는 때로 불편함 또는 고통이 수반된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는 빨간 약을 먹고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가 바라본 진짜 세상은 고통 그 자체였다. 입양 아동이 청소년이나 성인이 될 무렵, 친부모의 존재를 알게 될 때 상당한 심리적 진통이 따르게 된다. 암 환자가 병명을 알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진실을 깨닫고, 현실을 극복하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서 오히려 생각과 행동에 진짜 자유를 얻었음을 납득하게 된다.
사람이 진실을 깨닫는 과정은 어떨까?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자라면서 생각이 가장 크게 변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특별하고, 자기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커갈수록 자기 역시 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임을 제 3자의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인간 전체로 확장해 보자. 사람들은 네오처럼, 청소년기를 지난 입양 아동처럼, 아기가 어른이 된 것처럼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세상이 사람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람 역시 많은 지구 구성원 중의 하나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을까?
현대 과학은 세상의 많은 현상들을 밝히고 증명해 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중 몇 가지는 지구가 생각처럼 대단한 위치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 태양도 우리 은하 가장자리에 찌그러져 있다는 것, 그 우리 은하조차도 근처의 안드로메다 은하에 비해서는 볼품 없이 왜소하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동위원소 연대 측정, 유전자 검사, 중간 동물의 화석 등 무수히 많은 자료들이 있지만, 굳이 그것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같은 종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태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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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환경에 적합한 개체들이 더 많이 살아남고 번식에 유리하게 돼 그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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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적합하도록 대를 이어 조금씩 유전자가 변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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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화가 수백만, 수천만, 수억 년의 천문학적 시간에 걸쳐 쌓이면 매우 다른 모양의 생명체로 변한다는 신적인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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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륙과 일찍 격리된 호주, 뉴질랜드,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그 변화가 아주 오래 축적되어 아주 다른 모양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고, 대륙과 비교적 최근에 분리된 일본, 영국에서는 조금씩만 바뀐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진화의 시간 축적을 아주 잘 보여주는 현재의 사례이다.
사람과 친화적인 것이 유리한 남한의 비둘기와, 사람을 피하고 재빨리 숨는 것이 유리한 북한의 비둘기는 남북 분단이 앞으로 수십 수백만 년 이상 고착화된다면 전혀 다른 텃새 종으로 분화할 수도 있다.
여기서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가?
우리와 침팬지는 700만 년 전 같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그 조상은 5500만 년 전 영장류의 공통조상에서 나왔고, 그는 2억 년 전 포유류의 공통조상에서, 5억 년 전 척추동물의 공통조상에서, 10억 년 전 다세포생물의 공통조상에서, 20억 년 전 진핵세포 생물의 공통조상에서, 38억 년 전 루카에서, 39억 년 전 리보자임과 인지질 소포에서, 그전의 탄소 유기화합물에서, 138억 년 전 빅뱅과 별의 조각들인 원자들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우리와 유전자 98.8%를 공유하는 침팬지와도, 인간과 고양이도, 심지어는 인간과 포도나무도, 인간과 나비도 먼 시간을 거슬로 올라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공통조상을 만나게 된다. 분화가 오래전 일찍부터 이루어졌느냐, 최근에 이루어졌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2화]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신이 창조했을지 모르는 빅뱅에서 바로 전 편 침팬지까지 이어지던 이야기들은 바로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중학교 시절 공부했던 그 옛날 진화론을 왜 하필 첨단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인류에게 들이미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다른 생물과 다르게 특별한 위치에 놓고 바라보는데서, 현대인들에게 아주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편부터는 진화론에 대한 내용이 간혹 다루어질 경우, 진화론이라는 용어 대신에 생명의 '진화원리' 또는 '진화법칙'이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
인간을 이해하는 첫 시작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데서, 인간이라는 동물을 마주 보는데서부터 출발할는지도 모른다.
다만, 700만 년 전 침팬지와 인류의 공통조상에서 현재의 인간까지 어떤 역사를 거쳐 이어져 왔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려 한다. 이미 이전 연재들에서 빅뱅으로부터 137억 9300만 년간의 역사를 이야기 한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궁금하신 분들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그리고 데즈먼드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를 일독해 보실 것을 권유드린다.)
과연 진실은 우리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