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키스의 두 가지 생활과 변신의 여행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에 대해 탐구해 보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철학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리즈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나는 쌍꺼풀 눈과, 뭉툭한 코, 두툼한 입술 덕분에 살짝 콤플렉스가 있는 편인데, 여러분은 아마 차은우처럼 콧날도 오똑하고, 아이유처럼 맑은 눈을 가졌을 것이다. 손흥민처럼 강한 심폐와 다리는 못 가졌다고? 그것까지 바라는 당신...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은 아닌가?
여기 '미아키스'라는 친구가 있다. 족제비와도 약간 닮아 보이는 친구인데, 이 귀여운 친구들 역시 조금씩 생김새와 기질이 다 다르다.
대표적으로 형제 사이인 「관찰이」와 「모험이」가 있다.
관찰이는 부모님처럼, 원래 살던 숲에 머물며 나무 타기를 좋아하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날렵한 반사신경으로 다람쥐 사냥을 즐긴다.
반면 모험이는 상대적으로 튼튼하게 태어난 다리와 지구력 덕분에 들판을 달리며 모험하기를 좋아하고, 비슷한 기질의 친구들과 함께 토끼 같은 작은 동물 추격을 즐긴다.
어리기만 하던 이들은 어느덧 성체로 자랐고, 관찰이는 숲에서 자주 보던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새끼를 낳았다. 마찬가지로 모험이도 들판에서 멋지게 질주하는 운명의 상대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 새끼를 낳게 되었다.
관찰이의 새끼는 엄마 아빠의 피를 물려받아 조용히 대상을 관찰하다가 기회를 엿봐, 순식간에 다람쥐를 낚아채 사냥했을 가능성이 높다. 모험이의 새끼 역시 엄마 아빠를 닮아 들판에서 잘 적응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세대가 거듭된 관찰이의 후손들은 점점 더 숲에 잘 적응하는 형태로 나아갔다. 간혹 민첩하지 못한 대신 지구력이 뛰어난 후손도 태어났지만, 나무에서 다람쥐를 사냥하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았고 성체가 되기 전에 죽는 일이 빈번했다.
마찬가지로 모험이의 후손들 중에서도 간혹 다리는 느린 대신 관찰력이 좋은 후손이 태어나기도 했는데, 들판에서 그리 쓸모 있는 능력은 아니었다. 토끼는 쉽게 달아나 버렸고, 이 친구는 안타깝게도 영양이 부실해졌다. 여자친구를 만들기 어려웠거나, 수명을 다 하기 전에 일찍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관찰이와 모험이의 후손들은 각 자의 환경에 잘 맞도록 태어난 것들이 많이 살아남고 이성도 잘 사귀었다. 대를 거듭하면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 신체 기능들이 특화되어 갔다.
그리고 어느덧 긴 세월이 흐르고 5500만 년이라는 상상조차 어려운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행히 관찰이와 모험이의 후손들은 행복하게 대를 잘 이어갔다고 한다. 한 세대를 5년으로 넉넉히 잡는다면 1100만 번째의 후손이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조용한 시골집 마당 한 군데에서, 관찰이와 모험이의 1100만 번째 후손이 사람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바로 5500만 년 전의 화석으로 연대 측정된, 고양이와 개의 공통조상 미아키스(Miacis)의 분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양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현대의 몇몇 고양이들은 심지어 초록불 신호등에 맞춰 건널목을 건너기도 한다. 물론 극히 일부이긴 한데, 못 믿겠지만 유튜브에서 '신호등 건너는 고양이' 영상을 검색해 보자.
초록불 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고양이는 색깔을 잘 판독하도록 눈이 발달했고, 함부로 길을 건너지 않는 신중한 성격이며,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 뇌가 발달했을 것이며, 도시의 사람들 무리에 섞여 살며 사람 친화적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초록불에 건널 줄 아는 고양이들은 도시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고양이들은 전부 차에 치어 죽거나 도시를 떠나 숲으로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
1만 년이 흐르고, 10만 년, 100만 년 세대가 거듭해갈 수록 눈이 발달하고, 신중하고, 뇌가 발달하고, 사람 친화적인 고양이들은 점점 더 도시에 많아지며 이런 기능들이 고도화되어 갈 것이다. 99% 이상의 고양이들이 초록불에 길을 건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고양이들은 대가 끊기거나 숲 고양이가 되는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신체의 모습과 성격이 달라져 현대문명화된 도시고양이와 야생의 숲고양이 간에는 서로 교미할 수 없게 되며 다른 종이 되고 만다. 아직까지는 같은 종인 야생 늑대와 토이푸들이 사실상 교미할 수 없고(태아 크기, 생식기관 상호 적합 문제 등) 점점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38억 년 전 루카(LUCA)는 어떠했을까? 처음에는 CO2를 수동적으로 흡수해 탄소를 구축했다. 그중 편모가 생겨 운동 능력을 획득하게 된 것들은 잘 살아남아 동물로 가고, 엽록소를 생성해 빛에너지를 활용하게 된 것도 잘 살아남아 식물 쪽으로 번성해 갔다.
그리고 하나의 세포보다는 여러 세포가 결합해 많은 기능을 하는 것이 유리해지자 점점 다세포 생물이 늘어갔다. 그리고 4억 5천만 년 전에는 마침내 바다를 벗어나 처음으로 육지에 식물, 동물이 차례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루카들 역시 조금씩 기질들이 달랐고, 각 자의 자연환경에 잘 적응한 것들이 살아남아 복제되고 기능이 특화돼 가면서, 오늘날 200만 종(인간이 이름을 정한 것만) 이상의 다채로운 생명체로 분화한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공통조상이 있음은 물론, 아무 생명체 둘을 갖다 놔도 멀리 거슬러 몰라가면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공통 조상이 있다.
찰스 다윈이 전한 진화론의 핵심 원리는 여기까지다.
여전히 잘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개체가 조금씩 다르다는 특성과, 이것이 후대에 유전된다는 것과, 유전된 특질 중 자연환경에 맞는 것들이 많이 살아남아 후손을 퍼뜨리고, 그것이 무수히 오랜 시간 동안 쌓이며 변화가 축적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볼 필요가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서 이미 나왔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풀어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지금도 고양이는 밖에 돌아다니기보다는 집 안에서 안정적으로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또 대상을 관찰하고, 캣타워를 나무 타듯 잘 타며, 상자 같은 곳에 매복하기를 좋아하고, 굳이 같은 무리들 없이도 독립적으로 잘 지내는 편이다.
반면, 개는 산책을 좋아하고, 무리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해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을 잘 타며, 고양이보다 훨씬 오래 달릴 수 있다. 반면 다소 둔한 반사신경을 가져서 고양이의 냥냥펀치는 피할 수 없다.
이렇게 과거의 배경을 이해하고 나서, '왜 우리 고양이는 이렇게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할까?', '왜 우리 강아지는 분리불안이 심할까?'라고 물어본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올 수 있다. 반면 과거의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우리 고양이와 강아지의 행동과 성격이 왜 이럴까 고민해 본다 한들 답을 쉽게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인간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인간의 과거 역시도 반추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 700만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