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유로파 클리퍼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에 대해 탐구해 보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철학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리즈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9편을 통해 우주의 빅뱅 물질이 생명체의 재료이고, 탄소가 풍부하다면 원자들이 탄소를 중심으로 결합해 수많은 복합분자를 이룰 수 있음을 함께 살펴보았다.
질소 분자 N2와 수소 분자가 3개 모인 3H2가 결합하면, 코를 찡그리게 만드는 시큼한 암모니아가 되어, 식물에게 필요한 비료를 만드는데 쓰인다.
하지만 이런 원자의 결합이 아무 곳에서나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 일단 원자들과 쉽게 결합하는 탄소가 풍부해야 하고
☞ 크놉스(C H N O P S) 원소들이 많고
☞ 철과 니켈 등 금속이 있는 상태에서 자전해 자기장을 만들며 우주 방사선을 막고
☞ 중력이 적당히 강해 기체, 액체를 붙잡아 둘 수 있어야 한다
☞ 원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극성 있는 촉매가 있고
☞ 그 촉매가 촘촘히 존재해야 하고
☞ 원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적당한 온도와 에너지
이런 조건들을 만족하는 것들 중 하나가 온도가 적당하고, 자기장으로 우주 방사선을 막고 있으며, 촉매(액체 상태의 물)가 풍부하고, 대기와 바다를 중력으로 붙잡아 두고 있는 지구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관측 가능한 우주(지름 930억 광년) 안에서의 천체 개수를 따져 본다면 확률상 다른 천체에서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우리 은하 안에서만 태양과 같은 항성이 최소 1,000억 개이며, 그런 1,000억 개의 별을 품고 있는 은하들은 2조 개 정도로 추정된다(과거 허블 망원경만 있을 때에는 은하들이 1,000억 개로 추정되었지만, 새로운 제임스웹 망원경은 은하들의 숫자를 20배 늘려주었다.).
그렇다면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태양과 같은 녀석은 1,000억 x 2조 = 200,000,000,000,000,000,000,000개가 있다. 2x10^23, 무려 2천해 개가 있는 것이다. 그 태양들은 각각의 행성들을 거닐고 있고, 그중에 위와 같은 조건들을 만족하는 행성은 당연히 많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타당하다.
실제로 인류는 몇 개의 후보군을 찾아냈다. 인류 기술의 한계 때문에 비록 가까운 곳 위주로 찾아볼 수밖에 없었지만 몇몇 후보들을 추려보았다.
첫 번째, 프록시마 센타우리 B로 명명되는 행성 하나다. 지구로부터는 4.2광년 떨어져 있고, 지구의 질량과 유사하다. 모항성은 적색 왜성으로, 여기에서 약 700만 km 떨어져 11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지구 - 태양 간 거리 1억 5천만 km에 비해 지나치게 가까운 것 아니냐 하지만, 적색 왜성의 에너지가 약해 그 정도의 거리가 골디락스 존으로 여겨진다.
다만 항성과 가깝다 보니 항성의 태양풍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어 대기가 날아가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두 번째, 트라피스트-1이라는 별 주변에는 행성 7개가 돌고 있는데 그중 4, 5, 6번째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위치해 있다. 이 역시 적색 왜성의 모항성과 너무 가까워 태양풍이 우려되지만 행성이 3개이니 가능성은 세 배다. 지구로부터 39광년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태양풍 걱정이 없는 다른 후보군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케플러 442B 행성은 태양보다 온도가 낮은 모항성과 6천만 km 떨어져 있고, 반지름도 지구의 1.3배라서 부피도 비슷한 편이다. 지구로부터는 1200광년 떨어져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 930억 광년 크기에 비하면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930억 원과 1200원의 차이?), 빛의 속도로 1200년을 가야 한다는 것조차 인간에게는 너무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케플러 442B 행성을 탐험한다면 좋겠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4.2광년밖에 안 걸리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B로 탐험의 목표를 잡아보자. 이를 위해 현재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빠른 우주선 보이저 1호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 1초 만에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17km를 날아가고, 시속 61,000km이므로, 달까지 6시간이면 도착하는 놀라운 녀석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4.2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이 보이저 1호를 보내려고 걸리는 기간을 계산해 봤다. 삐리릭삐리삐리빅... 74,000년.
광활한 우주에 비해 인간의 능력은 극히 미미하고, 안타깝게도 태양계 밖을 벗어난 천체들은 빛의 스펙트럼을 이용해 대기 성분이 어떨 것이다 추측만 할 뿐,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 B에 생명체가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74,004년(우주선 도달기간 + 정보가 오는 4.2광년)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태양계 안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구와 같은 파란 바다와 초록 풀숲은 아니지만, 다른 형태의 가능성이 있었다. 두꺼운 얼음층이 뒤덮여 있다면 핵은 뜨겁기 때문에 내부 어느 지점에서는 얼음이 녹아있는 액체상태의 따뜻한 물과 바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다. 바로 이런 식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것의 대표적인 예 2개를 태양계에서 찾아냈다. 하나는 목성을 돌고 있는 유로파이고, 지름은 3400km, 달과 비슷한 크기다. 또 하나는 토성 고리를 돌고 있는 엔셀라두스이고, 지름은 약 500km, 남한만 한 크기로 매우 작다.
실제로 엔셀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기둥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본 결과, 여러 가지 유기물들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샘플링 채집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분자구조는 알 수 없다.
마침 NASA는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해 2024년 10월 탐사선 유로파클리퍼를 쏘아 보냈고 지금 9개월째 날아가고 있다. 유로파에 도착하는 2030년부터 2034년까지 근처에서 맴돌며 활동할 계획인데, 운이 좋다면 유로파가 쏘는 물기둥 성분을 채집해 그 안의 탄소유기물 종류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루카나 리보자임 RNA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뉴클레오타이드, 펩타이드, 인지질 소포 정도는 발견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5년 뒤 결국 우리는 또다시 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말 혼자인가?"
아니면,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이미 우주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