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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티드 게코의 특성

나의 작은 친구 생활 습성

by 허송세월

처음 크레스티드 게코를 만난 건 우연이었어요. 친구가 "이거 네 스타일일지도 몰라"라며 조그마한 도마뱀 사진을 보여줬는데, 눈 위에서부터 등까지 이어지는 멋진 돌기, 순한 눈빛, 그리고 특이한 표정이 인상 깊었죠. ‘크레스티드 게코’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막상 키워보니, 외형만큼이나 행동도 참 흥미로운 아이들이었어요. 낮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밤이 되면 갑자기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해요. 한 번은 새벽에 책을 읽고 있는데, 테라리움 안에서 '톡!' 하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나뭇가지에서 점프를 시도하다가 유리벽에 착 붙어 있는 게코가 있었죠. 놀랍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밤에 시끄럽게 소리를 내지도 않더라구요.


게코의 몸 색깔은 키울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저희 집 ‘구구’는 처음에 데려왔을적에는 하얀색 위에 회색으로 몸이 덮혀 있는데, 밤에 조명을 받으면 또 다른 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구구'가 더 성장하고나서는 몸에서 붉은색이 돌기 시작하더라구요. 이렇게 모프(색상과 무늬)가 다양하다는 것도 크레스티드 게코만의 매력 중 하나죠. 이런 색상을 보다보면 결국 여러마리를 입양하게 되더라구요.

때문에 '크레스티드 게코를 안키우는사람은 있어도 한마리를 키우는 사람은 없다'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구구가 성장전,후)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 아이들이 생각보다 온순하다는 점이에요. 처음엔 손을 무서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손등에 살며시 올라오기도 하고, 가끔은 목덜미에 앉아서 조용히 쉬고 있는 모습도 보여줘요. 사람의 손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개체마다 다르지만, 일관되게 느꼈던 건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접근’이 이 아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물론 놀랐을 때 꼬리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자가절단 반응도 직접 겪어봤습니다. 처음엔 너무 놀라서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걱정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본능적인 행동이더라고요. 다만,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는 더 조심스럽게 다루게 되었어요. 다른 도마뱀과 다르게 꼬리가 한번 잘리면 평생을 개구리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야한다는 점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속된말로 크레+개구리= 크레구리라고 부른답니다.)

(꼬리를 자른 아이)


크레스티드 게코는 그저 관상용 도마뱀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쌓아갈 수 있는 반려 동물이에요.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 작고 조용한 존재에게 생각보다 많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다음장에서는 나의 첫 입양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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