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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크레스티드 게코 입양기

첫 도마뱀 '구구'의 우리집으로 오는길

by 허송세월

어느 여름날, 아내와 함께 길을 걷다 우연히 애완 도마뱀샵이 보았습니다.

오!! 도마뱀??


아내는 질색했지만, 예전부터 도마뱀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결국 아내를 설득해 도마뱀 샵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날은 제게 잊을 수 없을 만큼 인상 깊은 크레스티드 게코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인상을 찌푸린 아내를 뒤로하고 저는 홀린 듯 게코에게 빠져들어, 어느새 두 시간이나 그곳에 머물러 있었죠.

하지만 매력적인 외모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아, 결국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크레스티드 게코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려, 일상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결국 ‘꼭 키워보자’는 마음을 품고, 본격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키우는 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 한 권을 시작으로,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꾸준히 공부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약 6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저는 샵 대신 개인 분양자를 통해 입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도마뱀 관련 네이버 카페에서 직접 사육한 분양자분을 찾을 수 있었고,
샵보다 저렴한 가격에 건강한 아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눈이 내리던 설날, 부모님 댁에서 돌아오는 길에 분양자분 댁 앞에서 약속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푸딩컵 안, 바닥재 속에 조심스럽게 몸을 숨기고 있던 ‘구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정말 작고 소중한 생명이었어요.

(구구의 푸딩컵 안 모습)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제 표정에, 아내도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었다'라구 하더라구요

처음 입양했을 땐 도마뱀이 이동 중 받는 스트레스나 습도, 온도 변화에 예민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사육장 벽면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며 조심스럽게 안정기를 지켜보았습니다.

이틀 정도 지나자 구구는 점점 활발해졌고, 사육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회다 싶어 사료를 물에 타서 주었더니 정말 잘 먹더군요.

(밥에 열정을 보이는 구구)

그 후로도 구구는 먹는 데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고,
그렇게 잘 먹던 구구는 지금.........


"돼지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구구는 릴리화이트라는 모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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