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과 러시아, 어디서 결혼해야 할까?

by 일용직 큐레이터

양가 부모님을 뵙고 결혼 승낙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먼저 비자가 문제다.

비자를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다.

한국에서 먼저 한 후 러시아도 완료했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20가지가 넘는 서류를 준비해,

대사관 인터뷰까지 마친 후 비자를 받았다.



결혼식은 어디서 해야 할까?

많은 국제커플의 고민이다.

한국과 배우자 국가에서 두 번하면 될까?


결혼식을 두 번하면 비용도 두배로 든다.

배우자의 부모님과 가족을 초대하려면

비용+시간이 든다.


양국 중 한 곳에서만 하면

한쪽 부모님과 가족들이 실망한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하기로 했다.


와이프는 외동딸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시집보내는

러시아 가족을 위해

한국 가족이 날아가기로 했다.


친척, 친구, 지인들에게는

따로 식사 자리를 잡겠다 전했다.


모스크바 결혼식은 전적으로 와이프에게 맡겼다.

장소, 음식, 진행 등 모두 일임했다.


러시아는 한국처럼 결혼식에 수천만 원을 쓰지 않는다.

와이프는 모스크바 교외의 작은 호텔을 골랐다.

야외 결혼식장과 실내 연회장을 갖춘 곳이다.


러시아는 한국처럼 수백 명의 하객이 맞지 않는다.

정말 친한 가족, 친척, 친구만 초대해

하루 종일 파티를 즐긴다.


러시아 결혼식 비용은 와이프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약 50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장소 대관, 음식, 식장 꾸미기 등등.


결혼식 드레스는 와이프가 직접 고르고 구매했다.

한국은 드레스를 대여한다는데

러시아는 꼭 구입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 번 입고 안 입을 건데 왜 구입하지?

라고 생각했다.


러시아 결혼식 드레스는 다르다.

화려하지만 일반 파티에 입고 갈 수 있는

수준의 드레스다.


그래서 결혼기념일, 파티 등에 입고 간다.


반면 한국 드레스는 결혼식에만 입을 수 있다.

이걸 입고 다른 장소를 간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막상 승낙은 하셨지만

어머니가 몹시 아쉬워하셨다.


한국에서 결혼하는 아들의 모습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딸을 한국으로 보내는

러시아 부모님의 심정을 알기에 그러려니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식 준비를 착착 진행해 갔다.

keyword
이전 19화에피소드 4 : 장모님과 나이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