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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by 일용직 큐레이터

겨울 방학을 이용해 그녀가 돌아왔다.

우리 가족을 만나기 하루 전

그녀는 무척 긴장했다.


처음 보는 날 결혼 승낙을 받아야 한다.

준비한 선물을 포장하고

멘트를 준비했다.


장소는 누나가 예약했다.

어머니 댁 근처 한정식 집이다.


한정식 집에서 가족을 기다렸다.

누나의 차를 타고 어머니가 내리신다.

그녀는 달려가 꽃을 안겨 드리며 인사 했다.


냉랭하게 대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다.

어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그녀를 안았다.

등을 두드려 주며 반갑다 인사하신다.


다행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가족 소개를 했다.

어머니, 누나, 매형 그리고 조카 둘.

우리 가족 전부다.


숙모가 될 그녀가 어색하고 신기한지

조카 녀석들은 연신 눈을 힐끔 인다.


그녀가 심호흡을 한다.

더듬는 한국어로 결혼을 하고 싶다 말한다.

이후 영어로 속마음을 전한다.


누나가 열심히 듣고 어머니께 통역해 드린다.

어머니는 조용히 듣기만 하셨다.

그리곤 그녀의 손을 잡고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여기까지 오기 참 어려웠다.

우연히 만나 여름을 보냈고

가을에 다시 만나 미래를 약속했다.


겨울 모스크바에서 그녀의 가족을 만났다.

한 달 후 해를 넘겨 우리 가족을 마주했다.


겨우 몇 달 만나고 결혼을 약속하다니...

너무 빠르다.

특히 그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다.


결혼 적령기인 나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혼에 적극적이다.

러시아에서는 대부분 대학 졸업 후 결혼을 한단다.

그럼 그녀도 결혼 적령기다.


우리 둘 다 결혼 적령기다.

그래서 더 마음이 잘 맞았나 보다.


식사를 하고 카페를 찾았다.

하얀 레브라도 리트리버로 유명한 곳이다.


온순한 성격의 리트리버는

손님만 보면 테이블 밑에 앉아

쓰다듬을 받는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을 만날 때마다

그 카페를 찾는다.

벌써 7년이 넘었다.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사진을 찍고 카톡방도 만들었다.

가족이 될 준비를 했다.


이제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결혼할지 정해야 한다.


한국, 러시아 양국에서 모두 할까?

아니면 한 곳에서만 할까?


돈을 얼마나 들지,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저 결혼을 하고 싶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결혼이라는 것을 준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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