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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기 만에 석사 논문 쓰기

by 일용직 큐레이터

대학원 입학 후 2년 동안 수업을 들었다.

수료 후 당장 취업하고 싶었지만

교수님 반대에 부딪혔다.


논문 쓰기 전까지 생각도 말라셨다.

이를 어기고 취업한 선배는

교수님과 사이가 멀어졌다.


교수님과 관계가 틀어지면

논문도 멀어진다.


2년(4학기) 과정 수료 후 5학기 만에

논문을 써야 했다.

나이 서른.


친구들은 이미 취업해 돈 벌어

차도 샀다.

난 아직도 벌이가 없다.


당시 난 흡연자였다.

하루 반갑의 담배를 폈다.

하루 커피 두 잔을 마셨다.


논문을 쓰며 흡연량을 4배로 늘렸다.

하루 두 갑의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루 5잔의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쫓았다.


매일 교수님께 논문 교정을 받았다.

문장, 통계, 핵심을 짚어 주셨다.

교수님과 만나는 게 두려웠지만

혼나는 만큼 논문은 완성되어 갔다.


최종본을 제출하고 논문 심사를 기다렸다.

자대 교수님 두 분과 타대 교수님 한 분,

총 세 분의 교수님과 마주했다.


모두 학계에서 쟁쟁하신 분들이고

또 젊으셨다.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이 수치 맞다고 보냐.

그래서 다른 논문과 차별점이 뭐냐.


내가 중언부언하면 지도교수님이

디펜스 해주셨다.

평소 가장 많은 지적을 해주셨던

지도 교수님이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셨다.


논문 심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1주일.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내려갔다.


발굴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따라

오랜만에 일터에 나갔다.


친구 일을 도우며 긴장되는 시간을 달랬다.


어느 금요일 오후 5시쯤.

지도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네 논문 통과됐다.

축하한다.


이 날을 위해 지난 2년 반을 쏟아부었다.

친구는 소리 지르며 축하해 주었다.

그날 학교 주변의 술을 모두 마실 것처럼

떠들어 댔다.


2년 반, 5학기 만에 논문을 쓰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누구에게는 쉽고 또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과정이다.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연고도 없는 타 대학원에

지방 출신이 올라와 공부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5학기 동안 벌이도 없이 버티는 게 어려웠다.

어머니께 손 벌리고, 국가 장학금으로 겨우 메웠다.


논문을 썼으니 이제 취업을 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봤다.


전시장 지킴이 알바다.

일단 이것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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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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