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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현실 04화

어제보다 나은 오늘

by 일용직 큐레이터

평일은 공장

주말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는 건 물론

시간만 맞으면 하루에 투잡을 뛴다.


금요일 밤 11시,

공장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후다닥 씻고 누우면

어느새 12시 반이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작업복, 안전화를 신고

건설현장으로 나선다.


최근 노가다 일이 많아졌다.

집에서 가까운 건설현장만

4~5곳이다.


노가다 어플은 매일 인부를 구한다며

문자를 보내온다.


일당도 살짝 올랐다.

다 떼고 12.4만 원이었는데

인력이 부족한지 1만 원 더 준다.


예전에 일하던 물류센터보다 낫다.

일당도 3만 원 높고, 퇴근도 빠르다.

무엇보다 일이 덜 힘들다.


보통 건설현장 노가다라하면

하루 종일 무거운 걸 나른다는 인상이 있다.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잡부는

쓰레기, 폐기물 정리를 한다.


빗자루로 먼지를 쓸고

마대자루에 쓰레기를 담는다.

사지 멀쩡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좋은 건 일요일에도 일이 있다.

평일은 공장에서 주 5일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노가다를 뛴다.


가끔 야간 근무도 있다.

그럼 2 공수를 받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1 공수.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일하고 1 공수.


총 2 공수다.

대략 25만 원가량 입금된다.


야간 근무가 있는 월요일은 투잡이다.

낮에는 노가다를 뛰고

밤에는 공장에서 아침까지 일한다.


잠이 부족하고 몸도 힘들지만

금융치료를 받으니 기분은 좋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매일 알바를 구하며

하루 9만 원 남짓 벌었다.

지금은 공장 월급 약 250만 원,

주말 노가다로 약 100여만 원.


대략 350만 원을 벌고 있다.

그동안 까먹은 돈을 채우려면

한참 부족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다만 내가 원하던 박물관, 전시 일은 여전히

못 구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류를 접수하고

면접을 보지만 계속 탈락 한다.


이 너른 부산에서 날 받아주는 건

몸으로 일하는 곳뿐이다.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


고생해 쌓은 경력과 경험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을까.


그래도 목표는 예전의 직업을 다시 찾는 거다.

평일에 박물관에서 일하고

주말에 노가다를 뛰면 400만 원은 벌 수 있다.


아이 낳고 생활하기는 부족하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혼자였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가족이 있기에

아이를 갖고 싶기에

이 고생을 감내한다.


졸음이 쏟아지고

몸은 쑤시지만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일단 그렇게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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