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것들은 고생을 몰라
흔히 어른들이 하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쉽고 편안 길만 찾고
어렵고 힘든 길은 기피한다는 의미다.
당연하지 않나?
누가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려할까.
부산 살며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젊은이가 떠나는 부산
노인만 남은 부산
내가 다니는 공장은 젊은이가 거의 없다.
직원의 95%가 50대 이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아.
한번 배워 놓으면 아주 좋은데 말이야.
기술을 익혀 공장을 이끌 젊은 직원이 없다.
40대인 내가 막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주말에 다니는 노가다 판에는 젊은 친구들이 수두룩하다.
대학 다니며 알바로 온 친구들
30대 젊은 인부들
40~50 넘은 아저씨들 못지않게 젊은 친구들이 많다.
왜 이들은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노가다판에서 일할까?
공장에서 기술 배우면 한 곳에 정착해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데 말이다.
왜 일용직 생활을 전전하며 고생을 사서 할까?
노가다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
요즘은 어플이 생겨 인력 사무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현장을 신청해 놓으면 출역 확정 문자가 온다.
보통 하루 전날 일할 곳이 결정된다.
매일 만날 사람들이 아니니 서로 데면데면하다.
안면은 있지만 깊게 아는 사람은 없다.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일이 없다.
어차피 내일이면 안 볼 사람들이다.
노가다는 당일 지급이 원칙이다.
1주일 후에 주거나 다음날 주면 난리가 난다.
오늘 일한건 오늘 받는다.
시간도 효율적이다.
7시에 시작해 4시면 마친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많고
점심시간도 2시간이나 된다.
실제 일하는 시간은 7시간 남짓이다.
노동강도도 약하고 일도 쉽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빗자루로 쓸기, 쓰레기 담기, 자재 옮기기 등등
스타벅스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도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하루 9만 원 남짓 받는데도 지원자가 넘친다.
공장에서 일하면 꾸준하게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일당직을 선호하는 젊은이들.
사실 나도 공장보다 노가다, 물류센터가 편하다.
공장은 업무 시스템이 경직되어 있다.
작은 실수를 크게 부풀려 모두가 들으라는 듯 고래고래 소리친다.
잘 몰라 질문하면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한다.
여름휴가는 금토일월인데 금토는 강제연차다.
휴가 하루 전날 다 같이 MT 가자며 연락 온다.
왜 참석 안 하냐, 어디 가냐 묻는다.
묵묵히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키워 줄 테니 열심히 기술을 배워라.
네 연봉은 네가 만드는 거다.
한번 익히면 오래도록 써먹을 수 있다.
최저시급을 주면서 참 많은 걸 강요한다.
노가다 보다 힘든 노동을 해야 하고,
어르신들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야간 근무를 뛰어야 하고
기술도 익혀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공장을 기피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아니,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공장은 젊은이들이 많다.
젊은이들은 한두 가지라도 장점이 있으면 꾸준히 다닌다.
직원들 간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식사가 맛있고 청결.
자유로운 연차.
칼 같은 출퇴근 시간.
퇴근 후 연락 않기.
내가 다니는 공장은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다.
직원들 간 고성은 기본이고 싸움도 잦다.
비위생적인 식사 때문에 밥을 거르는 날이 많다.
연차는 강제고, 내가 원하는 날에 쓸 수 없다.
출근은 10분 일찍, 퇴근은 늦게.
집에서 쉬는데 울리는 전화와 카톡.
이러니 젊은 친구들이 올리가 없다.
와도 하루 이틀이면 상황 판단 후 도망간다.
난 왜 남아있을까?
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도 아니고, 갈 곳도 없다.
이거라도 해야 먹고산다.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버틴다.
하루빨리 공장을 탈출하고 싶지만
알바로 보내던 몇 개월 전보다 지금이 낫다.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
계속 그렇게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