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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현실 06화

와이프가 있어 다행이다

by 일용직 큐레이터

매주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주간 근무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3시에 마친다.

출근을 위해 6시에 집을 나서고, 오후 4시가 돼야 돌아온다.


야간 근무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오후 10시에 집을 나서, 아침 8시에 돌아온다.


와이프 역시 내 스케줄에 맞춘다.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려면 어쩔 수 없다.

잠자는 시간이 매주 바뀌고

병원이라도 가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


월급쟁이로 돌아오니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알바할 때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4년이나 쓴 와이프 아이폰을 바꿔주었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여자들은 아이폰을 선호한다.

내 갤럭시 21은 3년이 조금 넘었다.

아마 내년쯤 바꾸면 될 것 같다.


스마트폰은 이마트에서 구입한다.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어

큰 부담이 없다.


그동안 밀린 병치레도 있다.

러시아는 국립, 사립 병원이 있다.

국립은 무료인데 치료의 퀄리티가 낮고 예약하기 어렵다.

사립은 퀄리티는 좋은데 비싸다.


한국처럼 건강보험, 사설보험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먼저 와이프를 데리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동래역 근처의 건강검진 센터인데 나름 시설이 괜찮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잠도 못 잔 채 따라가 통역을 했다.


난 혼자 있으면 병원을 잘 안 간다.

와이프는 내 몸상태를 체크하더니

이비인후과, 내과, 외과, 피부과 등 병원 예약을 한다.


고질적인 비염은 수술 후에도 여전하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산다.


매일 무거운 걸 들다 보니 팔꿈치와 손가락에 무리가 왔다.

외과를 찾아 주사를 맞으니 한방에 해결됐다.

병원비만 20만 원 나왔다.


와이프 취미는 피부미용이다.

본인은 물론 내 피부관리에도 열정적이다.

주기적으로 내 얼굴의 피지를 짠다.

이번엔 점 제거 기계를 가져왔다.


진짜 병원에서 하는 시술처럼

타다닥 타다닥하고 점을 제거하는 기계다.

마취크림도 없이 얼굴의 점을 제거하는데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

반절 정도 하다 그만하라 소리쳤다.


또 제모도 해야 한다.

제모기로 겨드랑이, 주요 부위 털을 제거한다.

내가 큰 털을 제거하고, 와이프는 잔털을 담당한다.


혼자 있으면 우울감이 몰려온다.

침대에 누워 한숨만 푹푹 쉬며 가슴앓이 한다.


와이프가 있으면 그럴 틈이 없다.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와이프다.

퇴근 후 항상 어딘가를 가자한다.

집에서 쉬고 싶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나 하나보고 타국에서 살고 있는 여자다.

와이프가 있어 웃는다.

11살이나 어린 와이프는 아직도 아이 같다.


나이도 많고 얼굴도 못생긴 남자를 사랑해 준다.

와이프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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