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주간 근무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3시에 마친다.
출근을 위해 6시에 집을 나서고, 오후 4시가 돼야 돌아온다.
야간 근무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오후 10시에 집을 나서, 아침 8시에 돌아온다.
와이프 역시 내 스케줄에 맞춘다.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려면 어쩔 수 없다.
잠자는 시간이 매주 바뀌고
병원이라도 가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
월급쟁이로 돌아오니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알바할 때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4년이나 쓴 와이프 아이폰을 바꿔주었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여자들은 아이폰을 선호한다.
내 갤럭시 21은 3년이 조금 넘었다.
아마 내년쯤 바꾸면 될 것 같다.
스마트폰은 이마트에서 구입한다.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어
큰 부담이 없다.
그동안 밀린 병치레도 있다.
러시아는 국립, 사립 병원이 있다.
국립은 무료인데 치료의 퀄리티가 낮고 예약하기 어렵다.
사립은 퀄리티는 좋은데 비싸다.
한국처럼 건강보험, 사설보험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먼저 와이프를 데리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동래역 근처의 건강검진 센터인데 나름 시설이 괜찮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잠도 못 잔 채 따라가 통역을 했다.
난 혼자 있으면 병원을 잘 안 간다.
와이프는 내 몸상태를 체크하더니
이비인후과, 내과, 외과, 피부과 등 병원 예약을 한다.
고질적인 비염은 수술 후에도 여전하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산다.
매일 무거운 걸 들다 보니 팔꿈치와 손가락에 무리가 왔다.
외과를 찾아 주사를 맞으니 한방에 해결됐다.
병원비만 20만 원 나왔다.
와이프 취미는 피부미용이다.
본인은 물론 내 피부관리에도 열정적이다.
주기적으로 내 얼굴의 피지를 짠다.
이번엔 점 제거 기계를 가져왔다.
진짜 병원에서 하는 시술처럼
타다닥 타다닥하고 점을 제거하는 기계다.
마취크림도 없이 얼굴의 점을 제거하는데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
반절 정도 하다 그만하라 소리쳤다.
또 제모도 해야 한다.
제모기로 겨드랑이, 주요 부위 털을 제거한다.
내가 큰 털을 제거하고, 와이프는 잔털을 담당한다.
혼자 있으면 우울감이 몰려온다.
침대에 누워 한숨만 푹푹 쉬며 가슴앓이 한다.
와이프가 있으면 그럴 틈이 없다.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와이프다.
퇴근 후 항상 어딘가를 가자한다.
집에서 쉬고 싶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나 하나보고 타국에서 살고 있는 여자다.
와이프가 있어 웃는다.
11살이나 어린 와이프는 아직도 아이 같다.
나이도 많고 얼굴도 못생긴 남자를 사랑해 준다.
와이프가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