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는 나이 든 여직원들이 많다.
대부분 50~60대고 40대면 젊은 축에 속한다.
본인을 누나, 이모라 지칭한다.
외국인 직원들은 30대 초반인데
60대 여직원에게 누나라 부른다.
나와 영어로 대화하면 그들을 'girl'이라 칭한다.
세뇌학습의 결과가 참...
한 번은 50대 여직원이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왔다.
10대, 20대 초반만 한다는 양갈래 머리다.
본인 머리카락이니 어떻게 하든 상관은 없지만
50대가 양갈래 머리를 한건 처음 본다.
공장 일을 시작하면서 친근하게 대해준 분이 있다.
힘들지?
쉬엄쉬엄해.
잘하고 있어. 금방 배울 거야.
라며 응원해 주신다.
다들 그분을 쉬쉬하며 멀리한다.
밥도 항상 따로 먹는 분이다.
외국인 직원들도 그분이 나타나면 자리를 피한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도 알려주시고 말도 곱게 해 주시는데
왜 그러지? 싶었다.
같이 일하다 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불필요한 터치를 자주 한다.
내 손을 움켜쥐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며 흔든다.
그러려니 했다.
연배도 어머니뻘이고
나도 마흔을 넘긴 남자니 그러려니 했다.
한번, 두 번, 세 번을 더 겪으니 불쾌감이 몰려왔다.
필요 없는 신체 터치를 계속한다.
손을 움켜쥐고, 팔목을 잡고
등을 쓰다듬는다.
말도 점점 괴랄하게 한다.
하지도 않은 일을 내 잘못이라며
타박한다.
밖에서 짐 나르고 왔더니
왜 기계를 체크하지 않았냐고 나무란다.
네 와이프 다루듯 살살 만져야 해
그분과 같이 일하면 몇 번이나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이다.
잘 못을 뒤집어 씌우고
그것도 못하냐 타박한다.
일한 지 얼마 안 되어 잘 모른다고 응수했다.
터치를 하려 하면 몸을 피하고 손을 뿌리쳤다.
다른 직원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다.
공장 막내니 부르면 달려간다.
그분은 한 시간에 내 이름을 5~6번 부른다.
사소한 심부름부터 잘잘못 따지기까지
그분 옆에만 서면 분노가 끓어오르는 단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새벽.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또 생트집을 잡으며 나무란다.
그러려니 했다.
그러더니 내 옆으로와 등을 쓰다듬는다.
너무 열받아서 손을 뿌리치고 공장 밖으로 나갔다.
젊은 사장은 바로 옆에 있었다.
찬 공기를 마시며 고민했다.
대판 싸우고 그만둘까
아니면 참을까
나이 마흔에 성희롱이라니...
태어나서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너무 서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무턱대고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계속 참기에는 쌓인 분노가 너무 많다.
젊은 사장에게 다가가 개인사정 때문에
집에 가야 한다 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공장에 가지 않았다.
주말을 넘기고 출근해 젊은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