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점점 맞아간다.
멀뚱히 바라보는 시간이 줄었다.
어느 타이밍에 와이어를 당겨야 하는지 감이 온다.
장비도 손에 익고 절로 이름도 외웠다.
일 끝나고 소주 한잔 걸치며
장비에 대해 열띤 토론도 벌인다.
난 그저 음식만 입에 댈 뿐 좀처럼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이리 가고 저리 움직이며 시간을 보낼 뿐.
열심히 하면 미래가 있다고 했다.
작업 현장에서는 기름을 뒤집어쓰며
추위와 싸우지만
샤워 후 퇴근을 할 때면 다들 말끔하다.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다.
머리에 왁스를 바르지 않은지 1년도 넘었다.
두 달 가까이 미용실을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비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기름 묻은 손으로 닦아낸다.
오돌토돌한 좁쌀이 얼굴에 늘어간다.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조끼와 점퍼를 샀다.
어차피 기름 묻을 옷인데 비싼 거, 좋은 건 필요 없다.
늙고 지친 40대 아저씨가 거울에 비친다.
일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주말 아침 갑자기 호출하면 달려가야 한다.
출장 간다고 2박 3일 짐을 챙겨갔는데
갑자기 캔슬됐단다.
한 달에 일하는 시간은 20일 남짓이지만
대기하는 시간 동안 맘 편히 쉴 수 없다.
쉬는 날이 많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수입을 채우려 했는데
말짱 꽝이 돼버렸다.
몸도 마음도 익숙해지니 일이 싫지많은 않다.
손발이 맞으니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일한다.
닫혔던 내 입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일은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버틸 수 있다.
그런데 급여는 너무 적다.
온몸으로 일하며 땀을 비 오듯 쏟지만,
받는 돈은 220만 원 남짓이다.
건수가 늘어 수당을 받아도 250만 원을 넘기 어렵다.
공장에서 3교대로 일하며 받았던 돈보다 적다.
밤에 자고 낮에 일하는 대가치곤 너무 크다.
점점 나아질 거라지만 그게 언제인지 모른다.
220만 원이면 혼자 살기도 빠듯하다.
너 솔직하게 말해봐
어머니가 추궁하듯 물어오신다.
전화기 넘어 어머니는 무언가 각오하신 듯한 목소리다.
어머니는 물론 다른 가족에게 내 이야기를 전한 적이 없다.
돈 없다. 힘들다. 죽겠다.
가족에게 이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런 나를 아시기에 어머니는 더욱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잘은 모르지만
너무 걱정돼서 잠이 안 온다.
적지만 얼마간 돈을 보내니 보태쓰라셨다.
왜 그러냐고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거절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한 달 치 월급을 보내주셨다.
마흔 넘어 용돈은 못 드릴망정 손을 벌리다니
비참하다.
네가 결혼할 때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하다.
누나한테는 어느 정도 해줬는데
너한테는 그러지 못했다. 미안하다.
어머니는 항상 이 말을 달고 사신다.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
내겐 와이프가 있고 어머니가 있다.
더 이상 가족에게 실망만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