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는 하루라도 빨리 출근하길 바랐다.
함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자 하셨다.
크레인 정비 팀장님께 일을 그만두겠다 했다.
난처해하는 얼굴을 하고 이유를 물었다.
이 급여로는 혼자 살기도 버겁다.
다른 곳을 알아봤고 출근하기로 했다 말했다.
팀장님은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쉬는 날에도 5분 대기조처럼 기다려야 하고
현장에서 기름을 온몸에 묻히고 무거운 와이어와 싸워야 한다.
그렇게 받는 돈은 220만 원 남짓이다.
팀장님은 연말까지만 일해달라 했다.
신입 한 명 빠지는 게 대수일까 싶었다.
알고 보니 나 외에 신입 두 분도 그만둔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기술자 3명과 신입 3명으로 이루어진 팀인데
절반이 그만두는 상황이다.
퇴사 사유는 모두 같았다.
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급여.
살짝 아쉽기는 했다.
이제 막 적응해 가는 단계였다.
일이 싫지만은 않았다.
급여만 더 올려준다면 계속 다니는 것도
괜찮다 여겼다.
몸으로 하는 일은 고되었지만
나름 보람도 있었다.
높은 크레인에 올라 바다를 보며 일하는 게
뭔가 낭만도 있었다.
갤러리에서 연말 행사가 있다며 꼭 와보라 하셨다.
주말에 차를 몰고 갤러리로 향했다.
연말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규 전시를 준비한다는 작가님과 만났다.
작품에 대해, 전시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잊고 살던 말들이 오갔다.
가슴속 깊이 무언가 따뜻한 게 올라왔다.
차게 식은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온기를 느꼈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불렀다.
다이소에서 5천 원 주고 산 작업복을 입다
오랜만에 코트를 걸쳤다.
어제는 크레인에 올라 기름 범벅인 와이어를 끌었는데
오늘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상반된 두 개의 일상이 낯설다.
12월 31일, 마지막 출근을 했다.
그라인더로 와이어를 절단한다.
헌 와이어와 새 와이어를 용접한다.
와이어를 끌어올려 감는다.
헌 와이어는 절단해 내리고
새 와이어를 감는다.
정비를 마무리하는데 4시간밖에 안 걸렸다.
숙련된 팀과 겨우 1시간 차이다.
그렇게 우리는 손발이 잘 맞았다.
스무 살 어린 선임은 문은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돌아오라 했다.
내 마음이 닫혀 있어 그럴 일은 없다 했다.
처음으로 그에게 농담을 던졌다.
일찍 퇴근해 샤워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사람들이 분주한 서면 거리를 걸으며 익숙한 풍경을 눈에 담았다.
와이프와 거닐던 거리다.
지하철을 타고 광안리로 향했다.
별 이유는 없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람이 찬데도 연말 행사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추운 줄도 모르고 해변을 걸었다.
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게 오랜만이다.
퇴근 후 집에 틀어박혀 우울해하던 나다.
쉬는 날은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정말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했다.
집에 돌아와 평소 먹고 싶던 음식을 시켰다.
소주와 맥주도 곁들였다.
유튜브를 보며 혼자 연말을 보냈다.
내일부터 출근이다.
설레어 잠이 오지 않을까 했는데
낮에 힘들게 일해 그런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올해를 넘기지 않아 다행이다.
새해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시 돌아오게 되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