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에서 스타트업 대표까지
코로나로 인해 상해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유학 중의 힘든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꿈을 꾸며 시작한 취업 준비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너져 버렸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나를 지배했다. 그렇게 여러 도전 끝에 결국 돌아돌아 왕홍의 콘텐츠PD 일을 다시 하기로 했다. 재택근무라는 조건 하에 한국에서도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정직원으로의 전환을 포기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때 떠올린 건 중국어 과외였다. 나는 중국어를 완벽히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HSK 시험을 10번 본 경험이 당시엔 창피했지만 떠올려보면 나만의 강점이었다. 그래서 과외를 통해 취업 준비 자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수강생 사례가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사례를 만들기로 했다. 동일하게 나처럼 취준생인 친구에게 재능기부 과외를 하기로 했다. 주1회 2시간씩, 한달 6만원. 처음 과외로 벌었던 소중한 이 금액은 우리의 책임감을 나타내는 금액이었다. 그렇게 나는 첫 수강생을 HSK 3급에서 5급으로 합격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과외를 시작했다. 나의 소구점은 이랬다. “나는 중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기에, 여러분들이 중국어를 공부할 때의 그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합니다. 저와 함께라면 HSK는 반드시 합격할 수 있습니다.” 명확하게 소구점을 잡으니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10회 이상 합격 성과를 내며 기본적인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취업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특히 상해에서의 취업 실패 후, 나는 보상 심리에 빠져 있었다. “한국에서는 반드시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나에게 그 보상이란 바로 대기업 취업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뚜렷한 스펙 하나 없는 내가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 있었다. 게다가 사무직 경험이 전무했다.
그러다 운좋게 지인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IT 스타트업에서 인턴 겸 알바생을 구한대. 3개월 정도인데 한번 지원해 볼래? 좋은 경험일거야.”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나는 주 5일, 9to6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생활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내가 속한 팀은 CX(Customer Experience)팀이었다. 고객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아, 더 나은 서비스와 운영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늘 서비스직에 종사하던 나에게 이 팀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화 예절, 이메일 작성 방법, 상급자와 소통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새로웠고, 동시에 흥미로웠다.
나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해피콜 업무였다. 단순히 고객들이 한 번 구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직접 연락해 구매 후 만족도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고객과의 소통 과정에서 그들의 진솔한 피드백을 듣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고객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순간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고객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나에게 잘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사수들은 항상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세심하게 가르쳐 주셨고, 동료들 역시 서로를 존중하며 돕는 분위기였다.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단순한 직장 생활을 넘어, 나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3개월간의 계약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마지막 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회사에서는 나에게 특별한 배려로 식사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누구와 함께 식사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용기 내어 말했다. “대표님과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이제 막 성장해 나가는 IT 스타트업 기업의 CEO와 식사를 하게 된다니.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이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님은 바쁜 일정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셨고, 대신 이사님과 함께 식사 자리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이곳에서 배운 것들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대화의 끝자락에서 "영업직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지만, 회사에서 내게 거는 기대와 평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길을 찾아 도전할 것인가?
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늘 새로운 일을 찾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내 안의 창작 열망이 강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창작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이 점점 커졌다. 게다가 동시에 부모님의 작은 낚시가게가 매출이 부진했기에 낚시를 소재로 콘텐츠 창작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다.
결국,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인턴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했지만, 그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회사 생활이 나에게 준 교훈은 명확했다. “안정적인 길보다는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제 나는 다시 창작과 도전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두렵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길을 만들어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