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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Dec 21. 2023

너와 나 사이의 거리

사춘기, 그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너와 나의 거리가 멀어진 것이..


작년 가을쯤 온 가족이 함께 오랜만에 서울대공원으로 놀러 갔었다. 티켓을 끊고 코끼리 열차를 타 가기 위해 기나긴 줄을  있었다.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 평소와 다름없이 아들 손을 잡았다.


.. 조금 오랜만인 것 같다.


어느새 덩치가 나만큼 커진 녀석은 내 손을 휙! 하고 뿌리쳤다. 이거 뭐지? 아들이 내게 한 최초의 반항이었다. 그 첫인상이 강렬해서 조금 당황했지만 장난기가 넘치던 아이였기에 다시 손을 잡았다. 번엔 거칠고 세게 뿌리쳤다.


당혹스러웠던 그 순간부터.. 아들의 손은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었다. 조막만 했던 손은 어느덧 내 손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녀석은 이미 엄마 손을 잡고 걷지 않아도 될 만큼 훌쩍 버렸지만, 예고 없이 훅 들어온 충격으로 아이의 성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항상 마주보고 웃자!



큰아들과 막내딸은 4살 터울이다. 이미 한 아이를 다 키워 놨다고 생각했을 때 나의 두 번째 육아가 시작다. 순딩순딩 했던 아들은 다행히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 주었다. 오히려 어린 동생을 예뻐하고 살뜰히 챙겨주었다.


자연스레 늘 내 옆자리엔 작은 아이가 있었고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녀석과 나 사이 커다란 틈이 생겨버린 것이다.


듬직한 아들을 찰떡같이 믿고 둘째를 열심히 챙긴 결과인가? 무엇이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했을까.. 지난 내 행적을 조심스레 살펴본다.


사실 녀석의 키가 부쩍 커서 나만큼 자랐을 때부터 잠깐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를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동생만 있는 나는 여자들이 다수인 집안에서 자랐다. 남자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는 과정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철부지 일 뿐인데 성장과정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든 기가 있었다.


한순간에 커버린 녀석.. 말과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고 목소리도 변하고 덩치도 커졌다. 내 옆에 나 만큼 큰 사람이 서있다고 생각되자 좀처럼 다가가기 어다.


그저 초등학교 6학년일 뿐인데, 내게는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녀석을 대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였다.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는 나 역시 그저 아들보다 조금 먼저 살고 있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일 뿐이까..


더 다정하게 대해도 됐었는데.. 애정표현에 거침이 없던 아들과 나는 여느 부모자식 사이처럼 조금씩 무뚝뚝해져 가고 있다.


혼자서 뭐든 척척 잘하는 아이였기에 괜찮겠지 하며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를 방치한 건 아닐까..? 벌써 다 컸구나 어리석게 판단하고 동생을 더 보살핀 것이 화근이었나 자책했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 준 것이 있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몇 날 며칠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 겪 일이라 생각하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어영부영 지내왔을 뿐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녀석 사춘기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구보다 다정했던 모자(母子) 사이였. 늘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인정해 주던 사랑이 넘치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는데 이렇게 멀어질 수는 없!


조금씩 아이에게 다가가 보기로 .


없는 농담도 던져보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려고 노력했다. 함께 사진 찍자며 팔짱도 껴보고, 길을 걸을 때 아이의 팔을 잡아 보기도 했다. 작년보다 주먹 하나만큼 더 자란 녀석은 여전히 나의 손길을 뿌리친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혼란 속에서 멀어져 가던 우리 사이가 처음보다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웃음을 잃어가던 아이가 최근에는 부쩍 잘 웃어준다. 말을 걸면 입을 꾹 닫고 있던 녀석이 이제는 농담도 섞어가며 대답해 준다. 


아, 아니다. 가끔 기분이 좋거나 꼭 필요할 때만 바로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인 것이다.

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너는 지금처럼 앞으로 가렴! 엄마가 부지런히 따라갈게.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지지 않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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