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의 거리

사춘기, 그 시작은..

by JULIE K

언제부터였을까..

너와 나의 거리가 멀어진 것이..


작년 가을쯤 온 가족이 함께 오랜만에 서울대공원으로 놀러 갔었다. 티켓을 끊고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가기 위해 기나긴 줄을 서 있었다.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 평소와 다름없이 아들 손을 잡았다.


아.. 조금 오랜만인 것 같다.


어느새 덩치가 나만큼 커진 녀석은 내 손을 휙! 하고 뿌리쳤다. 이거 뭐지? 아들이 내게 한 최초의 반항이었다. 그 첫인상이 강렬해서 조금 당황했지만 장난기가 넘치던 아이였기에 다시 손을 잡았다. 번엔 더 거칠고 세게 뿌리쳤다.


당혹스러웠던 그 순간부터.. 아들의 손은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었다. 조막만 했던 손은 어느덧 내 손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녀석은 이미 엄마 손을 잡고 걷지 않아도 될 만큼 훌쩍 버렸지만, 예고 없이 훅 들어온 충격으로 아이의 성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항상 마주보고 웃자!



큰아들과 막내딸은 4살 터울이다. 이미 한 아이를 다 키워 놨다고 생각했을 때 나의 두 번째 육아가 시작됐다. 순딩순딩 했던 아들은 다행히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 주었다. 오히려 어린 동생을 예뻐하고 살뜰히 챙겨주었다.


자연스레 늘 내 옆자리엔 작은 아이가 있었고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녀석과 나 사이에 커다란 틈이 생겨버린 것이다.


듬직한 아들을 찰떡같이 믿고 둘째를 열심히 챙긴 결과인가? 무엇이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했을까.. 지난 내 행적을 조심스레 살펴본다.


사실 녀석의 키가 부쩍 커서 나만큼 자랐을 때부터 잠깐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를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동생만 있는 나는 여자들이 다수인 집안에서 자랐다. 남자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는 과정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철부지 이일 뿐인데 성장과정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든 기가 있었다.


한순간에 커버린 녀석.. 말과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고 목소리도 변하고 덩치도 커졌다. 내 옆에 나 만큼 큰 사람이 서있다고 생각되자 좀처럼 다가가기 어웠다.


그저 초등학교 6학년일 뿐인데, 내게는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녀석을 대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였다.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는 나 역시 그저 아들보다 조금 먼저 살고 있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일 뿐이까..


더 다정하게 대해도 됐었는데.. 애정표현에 거침이 없던 아들과 나는 여느 부모자식 사이처럼 조금씩 무뚝뚝해져 가고 있었다.


혼자서 뭐든 척척 잘하는 아이였기에 괜찮겠지 하며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를 방치한 건 아닐까..? 벌써 다 컸구나 어리석게 판단하고 동생을 더 보살핀 것이 화근이었나 자책도 했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 준 것이 있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몇 날 며칠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라 생각하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어영부영 지내왔을 뿐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녀석의 사춘기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구보다 다정했던 모자(母子) 사이였. 늘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인정해 주던 사랑이 넘치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는데 이렇게 멀어질 수는 없!


조금씩 아이에게 다가가 보기로 다.


실없는 농담도 던져보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려고 노력했다. 함께 사진 찍자며 팔짱도 껴보고, 길을 걸을 때 아이의 팔을 잡아 보기도 했다. 작년보다 주먹 하나만큼 더 자란 녀석은 여전히 나의 손길을 뿌리친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혼란 속에서 멀어져 가던 우리 사이가 처음보다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웃음을 잃어가던 아이가 최근에는 부쩍 잘 웃어준다. 말을 걸면 입을 꾹 닫고 있던 녀석이 이제는 농담도 섞어가며 대답해 준다.


아, 아니다. 가끔 기분이 좋거나 꼭 필요할 때만 바로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인 것이다.

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너는 지금처럼 앞으로만 가렴! 엄마가 부지런히 따라갈게.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지지 않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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