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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Dec 27. 2023

트리플'E'와 트리플'I'

INTP

초등학교 1학년, 첫 공개수업!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아이가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교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리는 어디며 짝꿍은 누구인지..


궁금한 것이 많은 새내기 학부모였다.


1학년답게 교실 분위기는 북적북적 시끌시끌했다.

엄마들이 일렬로 쭉 뒤에 서있고, 선생님의 경쾌한 목소리로 수업은 시작됐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아이들은 선생님을 바라보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질문을 하면 서로 먼저 대답하기 위해 일제히 손을 든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상담을 가면 늘 선생님께서 빼먹지 않고 말씀해 주시는 단골 멘트가 있다.


"아이가 참~ 많이 밝아요.."라고..


그저 단순한 칭찬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유치원 졸업식 날 되어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친구들과 마냥 신나서 바닥을 온몸으로 쓸고 다니는 아이..


우리 집 큰 아들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얌전히 앉아 있으면 좋으련만 녀석의 엉덩이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이라 하지 않던가. 졸업식이 시작되면서부터 집중 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으면 되었지..



얼마 전 있었던 녀석의 졸업식 풍경이 오버랩되면서 제법 의젓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 감격하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께서 간단 주제를 던져주고 아이들이 무언가 열심히 나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이 갑자기 선생님을 찾기 시작했다. 다음 수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셨기에 미처 아들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으셨다. 참지 못 한 녀석이 다가가서 선생님 팔을 톡톡 두드리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녀석의 열정적인 모습에 당황한 나의 시선은 갈 곳을 잃었다.


그렇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굉장히 강했고 알고자 하는 것은 즉석에서 알아야 했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는 트리플 E성향을 갖고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 다소 민망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녀석은 선은 꼭 지키면서 까불어대는 사랑받는 아이였다.

바닥에서 노는 아이,  발표는 씩씩하게..



중학교 1학년, 첫 공개수업!


여느 때와 같이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새로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친구는 얼마나 사귀었는지,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은 새내기 학부모다.


베일에 싸여 있던 교과과목, 수학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밝은 표정으로 준비해 오신 수업을 진행하신다.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엄마들 역시 집중하며 바라본다.


조별토의시간.. 누구보다 말이 많고 앞장서서 리드해 나갈 거 같은 아들은 좀처럼 입을 뻥끗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지?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토론하기 시작했는데 요 녀석이 있는 조만 유난히 조용했다.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그저 아들의 표정을 조심스레 관찰해 본다.


지금 누구보다 답답한 것이 바로 요 녀석일 것이다. 문제 푸는 방법은 이미 머릿속에 있을 터인데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떨리는 공개수업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수줍어하기 시작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간단한 물건은 스스로 오게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서 물어오라고 교육을 시켰었다.


예전에 아이와 단 둘이 호주로 여행을 갔었다. 호텔에서 조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녀석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취향껏 다양한 토핑을 올려서 먹는 요거트였다.


함께 가서 원하는 대로 담아 줄 수 있지만 직접 가서 가져오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먹고 싶지만 혼자 다녀오기는 싫고,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모르니 직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외국인이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인고의 시간 끝에 녀석이 용기를 냈다.


무언가 이룬 자의 표정은 성취감을 감출 수 없을 만큼 환하다. 아들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였다.


신감을 얻은 녀석은 마지막 기념품 가게에서 원하는 것을 직접 계산해서 씩씩하게 가지고 왔다.

직원분께서 정성껏 담아주신 요거트


힘들긴 했어도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쭈뼛거리 부름을 하던 아이가 지금은 식당에 가메뉴를 주문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오스크가 제일 좋다면서..


MBTI = INTP


어쩌면 너란 녀석은 처음부터 트리플 E가 아니라 트리플 I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엄마 등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뒤늦게 깨닫고 뉘우쳐본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용기이기에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심부름을 시킬 것이. 


아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요즘,

드디어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생을 위해 테이크아웃 을 받아와 주고 엄마를 위해 영수증을 들고 가서 주차정산을 해주었다. 물론 단번에 이행하지는 않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다.


긍정적인 신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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