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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Feb 14. 2024

너의 아무 말 대잔치 I

명절에는

명절이면 어린이집에서도 분주하다. 아이들을 위한 행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명절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기도 하다.


예쁜 색동옷을 입고 삼삼오오 등원하는 꼬마 친구들을 보면 참으로 귀엽다. 반대로 일 년 중 딱 두 번 입는 한복을 매년 장만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가지고 있던 옷이 작아져서 입힐 수도 없고, 한 달 뒤면 유치원에 가는데 한복을 입을지 안 입을지 알 수 없기에 고민하다가 원피스를 입혀서 보냈었다.


친구들이 전부 한복을 입고 오자 천진난만한 우리 꼬마는 선생님께,


"엄마가 한복 빨았어요."라고 말했다고 다.


거짓말도 능숙하게!!


전통놀이도 배우고 세배하는 법도 배우고 신나는 하루를 보낸 뒤, 통학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껏 상기된 얼굴로..


"엄마! 가방에 돈 있어. 이걸로 엄마 가방 사!"라고 했다.


엄마를 챙겨 주다니.. 고.. 고맙구나..

소중한 세뱃돈



이듬해 명절 아침..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를 한 뒤,


"새해 복 많이 드세요~~!!"


라고 인사하는 너...


틀렸지만 어리기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이겠지? 나는 너의 이런 당당함이 참 좋더라~~



애들 아빠 구두를 사러 오랜만에 쇼핑몰에 갔다. 바로 옆에 있는 가방 매장을 보더니,


"내가 나중에 돈 벌면 가방 사줄 테니까, 오늘은 구경만 해~!"라고 말하는 꼬마.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딸이 귀여워서,


"언제 벌어서 사줄 건데에~~~ 엄마는 지금 사고 싶은데?"라고 농담 삼아 얘기했더니..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할머니한테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은 못 만나잖아."


라고 쿨하게 받아치는 녀석!


이젠 사소한 말장난에도 밀리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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