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가족)은 통찰의 형제였고, 시의 길잡이였다.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일이 자주 생기다 보면 어느 때부터는 그 사람이 싫어져 피하게 되더군요.
참 미안한 일이지만, 사람은 미안할수록 멀어집니다.
- 이만근, <계절성 남자> p.149
어디로부터 고통은 우리에게 다가왔는가?
어디로부터 그것은 왔는가?
고통은, 까마득히 먼 옛날로부터
통찰의 형제였고,
시의 길잡이였다.
- 시인 나지크 알 말라이카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중 p.122)
시를 열심히 쓰던 동기들은 모두 어머니가 아팠다. 암부터 관절염까지, 최근에 흰머리가 늘었다는 것도 쉽게 병으로 바뀌었다. 한 날 술자리에서
가장 아픈 엄마를 가진 동기가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우리는 은연중에 동의했다. 우리는 좋은 시를 쓰고 싶었다. 서로가 서로의 불행을 부러워하면서, 읽고, 찢고, 마셨다.
....
우리는 서로가 모르는 부분만 걸러 듣고, 더 새로운 것을 알고 있어야 좋은 시를 쓴다고 생각했다. 덜 아픈 엄마를 더 아프게 생각하면서 우리는 모두 절실해졌다.
때문에 더 새롭지 않으면 덜 새로운 시를 쓰고 있다고 믿었다. 자신이 덜 새로워질까 봐, 말을 아끼는 동기들이 늘어났다.
- 박성준, 「몰아 쓴 일기」 중 <대학 문학상> p.175-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