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대신하여
결혼은 하지 않고 그냥 혼자 지내려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모바일 청첩장을 받으니 여름 가뭄에 소낙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고 기뻤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J군을 처음 만났을 때 네 살이었지. 동생은 그 해 태어났고. 그러니까 40년을 교제하며 지내온 세월의 장이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뒤적이면 거실 바닥에 형제가 앉아 지난 커다란 달력 뒷면에 그림을 그리는데 언제나 로봇을 그리곤 했죠. 그 모습이 귀여워 아내와 같이 이웃집 달력을 모아 갖다 주던 일이 추억이 되었네요. 어릴 적 꿈대로 서울의 명문 사랍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여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대기업 연구실에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뜻깊은 결혼식을 갖는 신랑 신부 두 사람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랑'이라는 가요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사랑은 모든 걸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신약성서 고린도전서 13장 4-7,13절을 참고) 했지요. 두 사람이 사랑했으므로 오늘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마는 진수 군과 유키 양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더욱 넓혀지기를 바랍니다. 바쁜 시간에 다 기억하라고 하지 않을게요.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 1900 -1980)이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사랑의 다섯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뇌의 다락방에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1) 배려와 관심이라고 했습니다.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면 서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살펴야 한다. 머리 모양이 어떻게 변했는지 옷 색깔이 밝아진 이유가 무언가를 질문할 수 있어야 하겠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랑이 식어진 게 아닐까요.
(2) 책임을 지는 것이다. 결혼은 혼자가 아니다. 둘이서 하는 거다.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이제 부부가 된다. 그렇다면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해야 하고 아내는 아내로서의 책임을 다할 때 사랑의 향기가 피어오르게 됩니다. 부부의 책임을 다하므로 행복한 가정을 매일 창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상대방을 존경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예의를 갖춘 자세를 기억하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4) 사랑은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고 남편은 아내의 자리에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신부는 홍콩에서 성장한 딸입니다. 배경이 다른 문화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고 결혼의 문을 열었으니 서로를 이해하며 '우리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하며 자랑스러운 삶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공적인 국제결혼의 모범이 되기를 바랍니다.
(5) 사랑은 주는 것입니다. 청마 유차환 시인의 책 제목에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가 있습니다. 사랑은 받기보다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받는 행복도 있겠지만 주는 기쁨도 있습니다. 사랑하기에 주고 또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 재물 그 이상의 모든 것 줄 수 있는 희생적인 사랑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신랑 신부 두 사람의 결혼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수고하신 양가의 어른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며 이웃에게 칭찬의 소리를 듣는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