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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반과 10시 출근의 차이

하루의 시작점이 달라도 엄청 다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부터 월요일은 10시 셔틀을 탄다.

10시부터 3시간 연강 수업이 지난주 10차시로 종강했기 때문이다.

이번주 금요일이 지나면 금요일 또한 그러하다.

평생 8시반까지 출근인 삶을 살았는데

갑자기 느즈막히 10시 잠실역 셔틀을 타니 내 삶 같지않다.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CEO들은 아침 운동이나

우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날 일정을 점검하고

10시쯤 하루를 시작하곤 하던데

나는 오늘 그들의 삶을 잠시 흉내내보려 한다.


7시 즈음의 잠실역과

9시 즈음의 잠실역은 묘하게 다르다.

일단 의자에 누워있거나 눈을 감고있는 피곤한 분들이 안보인다.

다들 어디론가 가셨나보다.

그리고 7시에는 안막히던 도로가

9시에는 막히더라.

잠실역까지 소요 시간은 딱 두배가 걸렸다.

늘상 보기만하던

셔틀버스 탑승장 맞은편 대형 카페가 9시부터 문을 열더라.

혹시 하고 일찍 나와서 그 곳 2층을 또 전세내고

우아하니 자잘한 일들을 처리한다.

어제에 이어 CEO 놀이 중이다.


아주 추울까 싶어

패딩을 입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왔는데

다행히 바람이 없어 그 정도의 체감 추위는 아니다.

그래도 셔틀버스를 십여분 기다리려고 서있으니

손이 좀 시렵기는 하고

주말에 떨어진 낙엽들에 발목이 잠길 정도이다.

오늘 이 구역 청소 담당자는 고생 꽤나 할듯 하다.

아침에 그리 많던 석촌호수길 러너들은

다 출근했나보다.

아무도 없다. 오리배만 떠 있을 뿐.

그리고 10시 셔틀 탑승자들은 아무도 안잔다.

휴대폰 삼매경이다.

나는 살살 졸려오는데 말이다.

버스 창 너머로 해가 비추고 제법 따스하다.

그래 그렇게 단칼에 겨울로 들어서는건 조금 아니다.

천천이 적응을 할 수있게 그렇게 오렴.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짠내 조금 나는 7시 출근길이

더 익숙하다.

고급진 인생과는 안맞나보다.

(고속도로는 10시 출발이 훨 낫더라. 하나도 안 막혔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새가 피곤하다고 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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