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와 과학교육
이상하다. 분명 같은 교과목인데 강의실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월요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엄청 모범적이고 조용하고
수요일 강의를 듣는 두 클래스는 적당한 호응도와 소란함이 있고
몇명 되지않는 금요일 수강생들은 이제 거의 절친이 되어간다.
사실 과학수업 특히 활동을 기반으로 할 경우에는
지나치게 조용한 클래스가 제일 힘들다.
나에게는.
강의하는 내가 축축 쳐진다.
오늘이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주는 메이커 활동을 한다.
무언가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이 수반되고
그 과정에서 조별 아이디어 회의와 실천이 일어난다.
물론 금손이 존재하는 조는 땡잡은거다.
그렇지만 금손보다는 똥손이 더 많은데다가
설명을 잘 듣지않는다는 취약점이 있다.
나도 그러하니 학생들은 더할것이다.
조별활동은 롤링볼 만들기로 이야기되는 놀이기구 디자인하기이다.
구슬 세개를 놀이기구 탑승객이라 생각하고
안전하고 재미있는 탑승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너무 안전빵을 추구하면 중간에 속력이 줄어서 정지하게 되고
너무 스릴만점만 추구하면 가속도의 힘으로 구슬이 날라다니게 된다.
그 중간의 적정한 에너지와 속력의 변화를 여러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아내는것이 오늘의 미션이다.
보통 이런 활동을 하면 아쉬움의 탄식이나
기쁨의 환호가 나올법한데 조용하다.
개인별 활동은 자신의 손가락화석 키링을 만들어보는것이다.
화석 생성의 원리와 그 의미를 알아보고
어디에도 없는 내 손가락화석 키링을 만들어서 선물로 가져간다.
매우 간단한 과정인데
화학실험을 안해본 친구들은 많이 어려워한다.
일단 3mL 를 모른다.
스포이드를 하나의 용액에만 사용해야하는것도 모른다.
안해봐서 그렇다.
두번이나 실패하고 얼굴이 창백해진 친구도 있다.
괜찮다. 화학실험이 그리 쉬우면 모두가 화학자한다고 나섰을 것이다.
이번 학기 작은 예산으로 가급적 무언가를 만들어 볼 기회를 제공하느라 애썼다.
내가 그들에게 주는 선물 3종 세트이다.
원소기호 키링과 혈액형 팔찌 그리고 손가락화석 키링이다.
기말고사날 가방에 달고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선물을 줄 생각이다.
남들 다 달고 있는 비슷비슷한것 말고
얼마나 참신한것이냐.
이 강좌 이름과 잘 어울린다.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은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과정중에 자연스럽게 발현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러니 똥손이라도 일단 만들어보는 일에 도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손을 자꾸 쓰면 치매 예방도 된다니 일석이조이다.
하루에 달랑 두 시간 강의만 하니
남산공원이나 낙산공원 못지않은 단풍 구경하러
대학에 온것인지
본업하러 온것인지 구분이 살짝 안된다.
집으로 가는 셔틀버스에서 처음으로 두번째 좌석을 놓쳤다.
실험 물품 정리하느라 다른 때보다는 늦었다.
메이커 활동 하나에 물품 구입부터 준비와 정리까지
이론 수업 준비보다 두배는 힘이 더 든다만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럼 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