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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추위가 온 날 오후

오랫만에 집콕이 주는 행복

by 태생적 오지라퍼

집콕도 나처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라하는 사람에게도 가끔은 평안과 휴식을 준다.

바로 올해 첫 추위가 온 날 오후인 오늘 이야기이다.

오전 임무를 마치고 귀가해서는 집 밖으로 단 한발도 내딛지 않았다.

연구 회의 관련 준비와 강의 준비 그리고 반찬 준비만 하고

나머지는 내 머리와 몸을 충분히 쉬게 놔두었다.

내일 오전, 오후 그리고 야간 드론 특강이 진행될 예정이다.

쉬어주는 것이 맞다.


그 사이사이 오랫동안 손을 못대고 있던

조상땅 물려받기의 여파로 만들어진 부여땅 매매건에 대한 진척이 조금은 있었다.

어머니 형제들끼리 모두 연관되어 있고

일부는 저수지 둑으로 일부는 임야로

일부는 논두렁으로 되어 있는

세금만 내고 재산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어 보이는

그 땅을

이번 기회에 정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사람 저사람에게 전화와 안내 톡을 보내두었다.

잘 마무리 될지는 아직 모른다.

넘어야 할 산이 몇 개는 더 있다.


5시 칼퇴를 한 아들 녀석이 와서 이것저것 현안을 처리해주었는데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

꼬다리 떨어진 참치캔은 버리기로 했고(괜히 뚜껑따려 시도하다가 손을 다칠 위험이 더 크다.)

오이피클병도 결국 열지 못했고(고무장갑이 꼭 필요하겠다.)

인터넷 이전 온라인 신청은 무언가에 막혀서 아들 녀석 힘으로도 되지 않아

결국 내일 통화하고 센터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뭐든지 아들 녀석이 해도 한번에 안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일찍 일찍 일을 처리하면 되는데

시간에 쫓기게 되면 당황스럽고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내가 미리 미리 일을 하는 제일 큰 이유이다.

오늘은 아들녀석의 알바 결과물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수당은 차량 주유비로 퉁치기로 한다.


이제 오늘 오후의 하이라이트. 연구팀의 온라인 회의 10분전이다.

온라인회의는 하고 나도 미진한 기분이 난다.

역시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일을 착착착 처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리고 이 시간즈음부터 나는 졸리기 시작한다.

졸음을 참고하는 회의이니 효율이 높을 수가 없다.

그래도 집콕하는 김에 온라인회의까지 마치는 것이니 나쁘지는 않다.

저녁 산책을 다녀온 남편이 밖이 많이 춥다한다.

그러게 해가 있을때 산책을 하지 왜 꼭 해질녘에 나가는거냐?

집콕을 하니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오늘 나의 집콕을 가장 반겨준 것은 물론 고양이 설이이다.

그것만으로도 댕큐였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배가 고프고 정신이 번쩍난다. 정신이 난 김에 그리고 탄력을 받은 김에 일이나 더 해야겠다. 역시 난 초저녁잠이 많을 뿐 그 고비를 넘기면 다시 똘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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