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고맙다.
그래도 어제 셔틀버스는 그리 막히지 않았다.
그리고 운좋게도 잠실역 집으로 오는 버스가 서는 바로 그 자리에 내려주었고
(하차지점이 매번 다르다. 기사님 마음이다. 물론 오랜 데이터에 기반한 촉이 있으실것이다만 아직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집앞으로 오는 버스가 곧장 뒤따라 와주어서 생각보다 30분은 일찍 집에 도착했다.
배고프고 심심했던 고양이 설이는
눈에 눈꼽을 묻히고는 나를 흘겨보았고
사료를 조금 주고 엉덩이를 몇 번 두드려주고는
곧장 누워버렸다.
뻗었다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자면서도 힘들어서 심호흡을 몇 번 했던 것 같다.
이렇게 힘들 때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아이고 되다.> 힘들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인 듯하다.
고되다는 뜻의 준말인가? 정확하지 않다.
여하튼 아주 가끔 그 말을 들었었다.
어제 바쁜 일정 중에 학교를 찾아준 후배가 준
맛난 빵이 최고의 피로회복제가 되었다.
수원 핫플 베이커리의 시그니처 빵들이었는데
적당히 달달하여 지친 시간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에 딱이었다.
교수님들과 오랜만에 이야기와 노하우를 나누면서 반을 먹고
나머지는 드론 체험과 팔찌 만들기 하는 도중에 학생들이 나머지 반을 먹었다.
순식간에 완판이다.
역시 나에게 맛난 것은 모두에게 맛나다.
그 빵 한 조각이 <아이고 되다> 소리가 절로 나는
그 상황을 한방에 정리해주었다. 고맙다.
소풍처럼 학교까지 찾아와서 이런 기쁨을 주다니
나도 꼭 어디를 방문할 때는 맛난 것을 준비해야겠다.
지금까지도 그랬었지만 더더욱 맛난 것의 힘을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오늘은 다시 쉼모드 발동 예정이다만
갑작스런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기를 희망하고 있다.
11월 최고의 난이도 일정이었던 어제를 무사히 마쳤으니 되었다.
비교과 활동에 참가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처음 강의를 개설하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교수의 활동을
선택한다는 것만으로 모험일수 있고
자신의 귀한 시간을 투자해준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다. 보탬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에 <즐거웠다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말해주어서 더더욱 고마웠다.
먼 곳을 기꺼이 와준 천체관측, 레고 실험, 드론 체험 전문가님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물론 소정의 강사료는 내돈내산으로 드렸지만 돈으로는 갚을 수 없는 은혜가 분명하다.
남편 아침만 차려주고 다시 누워야겠다.
<아이고 되다.>
(대문 사진은 혈액형 팔찌의 야광버전 사진이다. 물론 학생이 찍어서 준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광의 특성을 오랫만에 느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삶을 살고 싶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