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여행지는
조금은 타성에 젖고 무난하고 무탈함을 지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기대는 적어지고 표현은 사무적이 되고 감정은 무뎌졌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여행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던 차에
새로운 일곱 번째 여행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기회가 왔습니다.
당시에는 생소한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준비하고
미래학교 형태를 구성하는
열의가 넘치는 후배들과의
초과근무조차도 기쁘게 했던
뜻깊은 일곱 번째 여행지는
교사로서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신선한 자극과 새로운 시도로 어디에도 없는 미래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던 시간
우리나라 학교를 방문하는 외국 손님들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낡은 학교 공간을 우리의 생각대로 리모델링하고
그 모든 것들을 위한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던 그때의 노력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19를 맞아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원격수업 시대가 오면서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었던, 그래서 그 길이 역사가 되었던
멋진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은
나의 모든 여행 시간의 정점을 찍고
증명사진이 되어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얼음을 깨고 나가는 쇄빙선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누구나 쫓아올 수 있도록 한 발 정도만 앞서나가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마음 아픈 일들이 학교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도, 생각도 모두가 변했습니다.
교사도 변해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도 마음을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함께 동행하는 사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었으면 합니다.
서로에게 각자의 입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이해해주었으면 합니다.
고단했지만 의미 있었고
힘들었지만 가슴 벅찬 일이었고
아팠을 때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더한 기쁨이 있었음에 감사하는
노교사로서의 마지막 부탁을 적어보았습니다.
이제 나는 여덟 번 째 여행을 마무리하고 낯선 목적지를 새로 설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열심히 준비하고 겸허하게 맞이해보겠습니다.
그 여행 또한 즐겁고 평안하기를
새로운 여행을 위해 짐을 꾸려야 하는 날들이 슬프지만은 않기를 바래봅니다.
여덟번 째의 여행에셔의 아름다운 기억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을 수 있게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