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37
어버이날 식사를 대접할 부모님이 계십니까? 행복하신겁니다.
어제는 근로자의 날이라 쉬는 아들 녀석이 어버이날 기념 특식을 샀다.
물론 옆구리를 찔렀다.(안 찌르면 안 사준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굴비구이정식을 시켰다.
맛난 굴비구이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렸을때는 집집에 굴비를 엮어서 말렸었다.(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을게다.)
그 냄새가 쿰쿰하고 좋지는 않았으나 잘 마른데다가 짭조름하기까지 한 굴비 한 마리를 잘 찢어서
찬 물에 밥 말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밥 두 그릇은 뚝딱이었던 것 같다.
가끔 여름이 되면 얼음 띄운 녹차물에 말아 굴비구이를 먹곤 한다.
내가 맛나게 구을 자신은 없고(생선 구으면 집안에 냄새가 너무 난다.)
맛난 굴비를 골라서 살 자신도 없으니(맛난 것은 너무 비싸기도 하다.)
외식용 음식인 셈이다.
오늘 먹은 식당은 굴비구이가 메인이기는 했으나 그 맛과 질은 보통이었다.
아들의 피같은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 정도가 아니었던 것은 사이드 메뉴 중에 맛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흔치 않은 고추 부각(그것만 따로 팔기도 하는 것을 보면 시그니처 메뉴인 것 같다.)
매콤한데 바삭하기도 해서 입맛을 돌게 했다.
다음으로는 엄마가 별미로 해주시던 꽈리고추 밀가루찜이었다.
너무 눅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뻣뻣하지도 않은 딱 그 정도 농도의 맛이었다.
나는 그 맛을 내본적이 없다.
또 한 가지는 도라지무침이었다.
도라지 무침은 어떤 곳에서는 쓴 맛이 남아있고 어디서는 너무 뻣뻣하고 어디서는 너무 흐물거리는데
이곳은 적당한 맛과 굳기였다.
그렇다.
음식마다 딱 맞는 적당한 맛이 있다.(물론 매우 주관적인 잣대이기는 하다.)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닌 딱 맞는 것.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누구는 몰라서 못하고 누군가는 알면서도 성의가 없고
또 누군가는 시간이 없고 열정이 모자라고 돈이 부족하고
딱 맞게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데는 백만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딱 맞는 맛을 내고자 하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아마 모든 맛집들은 다 노력중일게다.)
음식 만드는 일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의 이치는 비슷하다.
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나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최강야구 제작진과 출연진도 그러할 것이다.(압도하는 한 시즌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들의 어버이날 접대 식사는 그렇게 의미있게 맛있게 기억에 저장되었다.
그거면 되었다.
내가 사드린 어버이날 음식을 맛보셨던 부모님도 그러셨을거다.
그거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