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있어 버티는 것일지도 모른다.
방학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서 불붙는 논쟁이 하나 있다.
교사들에게 방학 때 왜 월급을 주는가?
월급을 받으면 학교에 출근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왜 무노동인데 월급을 주는가 등등의 이슈이다.
답글이 몇 천개씩 달리는 일들이 매번 방학을 앞두고 반복된다.
날선 공방들을 통해서 서로의 입장차가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다만
아직도이런 말들이 계속된다는 것은
기본 내용 구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잊어버릴만하면 되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막장 드라마의 구성과 비슷하다.
먼저 팩트를 체크해본다면
교사 입장에서는 저 이야기 자체가 섭섭한 이유가 있다.
(나는 교사로서 40여년을 살았으니 아마도 그쪽으로 팔이 굽을 것이다. 양해바란다.)
1년 소득이 있다면 그것을 12로 나누어서 지급받는 형태라는 점이다.
즉 방학 때 학교에 나가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경우가 모두 포함되어서 나누기 12를 한 몫을 한달에 받는 셈이다.
일을 하는 달만 월급을 받으라고 한다면
같은 1년 소득을 10으로 나누어 지급하면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공무원 호봉 시스템상 변화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10으로 나누어지급하게 되면 방학때 아르바이트등의 겸업이 가능한 법률적인 무언가도 있을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방학 중 교사 본연의 업무와 상치되는
다양한 케이스의 여러 가지 일들이 나타날수도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때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 형태로 간다면(대대적인 시스템의 변화일테지만)
아마도 이런 논란은 없어지고 그것에 맞추어지지 않을까 싶다.
변화의 흐름을 거스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
교사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임금의 양이 똑같고
나누기 10을 해서 준다면 사용 계획등을 잘 세우면 된다.
이것은 법과 규칙이 어떻냐의 문제이다.
논쟁거리가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방학때마다 교사들이 조금은 길게
여행 다니는 것을 못마땅해하시는 시각이 존재한다.
일반 회사에서 10일 이상의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니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만
교사는 방학때가 아니면 여행을 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기 중 긴 연휴가 있을 때 빼고는.
학기 중 나의 필요에 의한 연가를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이사나 특별히 긴급한 경우 하루 정도를 빼고는 말이다.
나는 중요한 학회 발표 하루 그리고 이사 하루 정도 재직 40년 동안 딱 이틀 사용했던 것 같다.
그것도 수업을 미리 다 당겨서 먼저 하고 말이다.
그러고도 마음이 불편하고 엄청 눈치가 보였었다.
그러므로 정말 며칠간의
여유 있고 날씨 좋은 봄꽃 구경이나 가을 단풍 구경은 사진과 영상으로만 가능하다.
아마도 방학 중에 그 결핍을 메꾸러 여행을 나서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행 상품 가격은 최고로 비싼 시기이다.
방학 때 출근을 하라하시는 분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종종 자주 방학이나 주말에도 출근을 했었다.
학생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하다못해
고요하기만 학교 교무실에서
다음 주 일이나 수업 준비도 하고
다음 학기 일이나 수업 준비도 하고
과학실 청소와 정리도 하고
담임 학급 청소와 정리도 하고.
아마 그 일 중에서는 학교에 출근해서만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다른 장소에서도 가능한 일들이 있다.
또 그 방학 동안에 나는 학교는 아니지만
과학관도 가고 관련 전시회도 가고
학회나 워크숍도 참석하고 교사연수에도 참석하여
교과에 대한 역량을 높이는 기간으로 알뜰하게 사용하였었다.
아마 대부분의 후배 교사님들도 그럴 것이다.
기계적으로 출근해서 학교에서 아무일도 안하고 멍하게 있는 것보다는
자신의 다음 학기 강의에 맞추어서 역량을 높이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41조 연수의 본질이다.
물론 어느 집단이건 이상하고 요상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력을 비축하는 일이 방학에는 제일 중요하다.
학기가 시작되면 쉼없이 달려야한다.
교사는 정신노동자인가? 육체노동자인가의
바보같은 질문에 답은 물론 둘다이다.
체력이 엄청 요구된다.
그러므로 쉼과 체력 비축이 방학 최대 미션 중 하나이다.
마치 시즌이 시작된 프로야구 선수와 같다.
비시즌 기간 동안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끔은 놀러도 다니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내년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고 훈련을 하고 재정비와 준비를 하는 것처럼
교사들의 방학도 비슷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비시즌에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들은 연봉을 나누기 10을 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일거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월급이 나오는 그런
꿀 시스템은 절대 없다.
우리 사회가 그리 만만하고 호구일리 없다.
그러니 교사들의 방학에 대한 배아픈 시선을 조금은 거두어주었으면 한다.
그러기에 교사 월급이 그렇게 많은 것도 절대 아니고
요즈음의 학교가 그렇게 만만한 곳도 아니고
학생들과의 일상이 그렇게 쉽기만 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받는 기쁨으로 조금은 치유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만
그래도 방학이 있어서 숨을 쉴 수 있는 직업임에 틀림없다.
한편 방학이 되는 순간 힘들어지실 학부모님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드린다.
어쩌겠나. 내가 낳은 내 자식이다.
그리고 방학동안의 부대낌을 통해 자식과의 친밀도가 샘솟게 된다. 내 경험에 따르면.
물론 싸우고 투닥거릴 확률도 매우 높다만.
나는 종강이 이번주이지만
아마도 중고등학교는 1월 둘째주까지는 가야한다.
초등학교는 조금 일찍 12월에 방학을 하는 곳도 있다만
2월에 나가는 날이 꽤 있다.
어느 학교이건 수업 일수가 고정되어 있어서 덜 나가는 학교는 없다.
하루이틀 더나가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올 한해 애쓴 선생님들에게 매운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를 부탁드린다.
선생님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주시는 것보다 더 좋은 격려는 없다. 그게 최고의 선물이다.
(아침에 눈을 떳더니 내 방 창문 밖으로 달이 보였는데
사진을 이쁘게 찍는 것은 실패하였다.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기에는 날이 너무 추운듯 하다. 그냥 눈으로 본 것으로 만족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