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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무리는 언제쯤 끝날까?

봄이 오기전에는 다 될 것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12월 4일 이사였으니 조치원 생활 3주차이다.

간신히 매달려있던(떨어졌으면 얼마나 위험했으려나. 18층이다.)

작은 방 방충망을 새로 달아주는 업체 방문과

출입구 중문 제작 업체의 실측이

월요일 오전에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싱크대 수전 교체도

아마 다음 주 중 이루어질 것 같고

이전 거주자들은 아직 주소 변경을 하지 않았는지 우편물도 택배도 이곳으로 온다.

찾아가라고 안내를 부동산에 부탁해두었다.

이번 이사의 완벽한 마무리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던 이전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이번에는 오래된 아파트로의 이사였는데 장단점이 분명하다.

새 아파트는 새것의 냄새와 난방이 오랫동안 가동되지 않았던 그 썰렁한 느낌이 없어지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물론 새 아파트라 편리하고 좋은 시스템이 많지만

그만큼 꼼꼼한 하자보수도 필요하다.

그런데다가 거의 매일이 이사하는 집들로 있는 관계로 시끄럽고 안정되지 못한 느낌이 꽤 오래간다.

오래된 아파트는 나를 제외하고는 지극히 안정적이다.

특히 이곳은 서울이 아니어서인지 더더욱

조용하고 공기 좋고 한가롭고 모두가 여유로워보인다.

주말 오후 오늘에서야 어디서인지 어린이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그 사이에 내가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안들렸던 것일수도 있다.

점심 먹고 남편과 막내동생이 근무하는 대학교를 한바퀴 도는 산책을 하고 왔더니

이제 이 곳이 서울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사람도 거의 없고(물론 방학이라 대학가가 한가하다.)

공기는 맑고(다소 차가웠다만)

자동차 빵빵거리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전 아파트 앞에는 커다란 주유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의 빵빵거림과 싸우는 소리가 일상적이었다.


이번 이사를 하고 나는 전셋집인데도 불구하고

블라인드를 했고 입주 전문가 청소도 했고

이제 중문까지 설치하려 한다.

왜 그리하는가 물어본다. 막내 동생은.

그런데 나에게는 짧게는 2년 혹은 4년 정도의 삶의 기반인 집이

마냥 허수룩한 상태인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큰 돈이 없어서 그렇지 자잘한 돈은 감당할 정도가 된다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런 자잘한 돈을 써서 큰 돈을 모으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만

집에서 평온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디서 평온함을 느낄 것인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 평온함을 위한 다소 과감하고 무리한 투자인 셈이다.


그리고는 오늘도 청소를 한다.

어제는 <불꽃야구> 사태로 마음이 다쳐서 분노의 청소질을 했다면

(후배가 분노의 양치질이 떠오른다했다.)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운동삼아 청소를 했다.

막내동생이 오랜만에 조치원집에 내려오면 반짝바짝해진 집을 보여주고 싶다만

내 체력과 역량이 그 정도 전문가급이 되지는 못한다.

다만 더 더러워지거나 망가지지 않게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정도일뿐.

일단은 월요일 일정밖에는 없는 다음 주 달력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장거리 운전으로 수고하고 더러워진 자동차 세차는

꼭 해야는데 그것은 날씨를 좀 살펴봐야겠다.

이사 관련 일거리는 아마도 봄이 오기전에

오늘 산책하다 보았던 저 나무에 꽃이 피기전까지는

모두 다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내 책상 위로 보이는 창 너머로 태양이 내려오고 있다.

이집은 일출과 일몰 맛집이다.

구름도 달도 잘 보이고 가까이 있다.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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