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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일까?

딱 5분 정도 눈이 내렸는데.

by 태생적 오지라퍼

반찬을 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칠면조 고기와 와인을 먹어야는데

(사실 그렇게 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고기파이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만 먹는다.

오리고기나 양고기도 좋아하지 않고

말고기는 더더욱이다.)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기를 싫어하는 남편 위주의 반찬이다.

파래 무치고(무가 없어서 파래만 무쳤더니 조금은 심심하다.)

물미역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먹게 만들어두고

도토리묵 야채와 무치고

감자국 끓여두고(이건 저녁용이다.)

꽁치김치찌개 조금 매콤하게 끓여두었다.

저녁에는 파 송송 썰어넣고 달걀말이만 해서 먹으면 되겠다.


반찬을 마치고 고양이 설이를 쳐다보았더니

물그러미 거실 창을 내다보고 있는게다.

왜 그러나 싶어 다가가보니

(이사 후 영 기운이 빠져서 신경쓰이는 중이다.)

오호 눈이 내리고 있는걸 구경 중이었다.

양도 많지 않고 제대로 눈도 채 만들어지지 않는 솜사탕같은 눈이다.

올해 들어서 눈이 내리는 것은 처음본다만

아쉽게도 딱 5분 정도 내리더니 해가 나면서

이 그쳤다.

아마도 못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5분 내렸어도 눈이 내리긴 내린 것이니

오늘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인셈일까?

그것도 고양이 설이 아니었으면 못보고 지나갈뻔 했다.


성적 확인 작업도 그렇고 해야 할 일은 있는데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온도가 확 떨어진 것이 체감되기도 하고

기력이 다한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럴때는 뭐다? 어디론가 떠나는거다.

마침 1월 1일자로 소멸된다는 마일리지 안내가 얼마전에 왔었다.

그걸 보고 홀린 듯이 제주 비행기 티켓을 끊었었다.

2학기 애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 정도 선물은 줘야 마땅하다.

가을 제주를 못본 것은 안타깝지만 올해 그래도

봄, 초여름, 겨울의 제주를 한번씩은 보게 되니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가?

다시 제주 여행 유튜브를 계속 돌려보고 있다만

이번 2박 3일 제주의 내 목표는

동백꽃과 겨울바다 보기 밖에 없다.

봄과 초여름에 못가본 서귀포를 가볼 예정이고

다행히 주말부터 날씨는 괜찮아진다하니

기쁜 마음으로 다녀오려 한다.

그 시기에 마감인 일거리가 있어서 노트북을 들고 가야한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만

또 남편에게 고양이 설이를 부탁한다는 일이 믿음직스럽지 않다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바보같이 근처에 청주공항이 있는데

서울까지 올라가서 비행기를 타게 한 나의 짧은 생각이 아쉬울 뿐이다만

그렇게라도 서울의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고 위로해본다.

서울의 백화점 푸드코트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아마 사람들로 북적북적할 것이다.

날이 날인만큼.


(이번 대문 사진은 피보나치 수열을 기반으로 한 수학자 갬성의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그리고는 아주 오랫만에 유키 구라마토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다.

이 아저씨도 이제 많이 늙었을 것이다.

15년쯤 전 한국 공연을 왔을때 다녀왔었다.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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