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 episode 4.

12월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올해가 오늘 포함 딱 3일 남은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이고

(월요일마다 새로운 힘이 불끈 솟던 재직자 시절이 있었다.)

어제 줌회의에서 확인한 초등학교도 중고등학교도 방학은 하지 않았으니

(1년만에 현장 감각이 이리 떨어질 수가 있나? 그걸 헷갈리다니.)

나의 동료이자 후배였던 그들은 여전히 출근하는 월요일일테고

(물론 다른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들 녀석은 31일에는 출근을 하지 않고 30일에 종무식을 한다. 그래서 31일과 1월 1일을 함께 보내고 떡국먹는다. 야호. 해줘야 할 일이 많다.)

나는 제주 어느 비즈니스 호텔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해안도로 불빛을 보고 있다.

바다뷰 호텔은 물론 아니지만(잠만 자는 호텔이다. 호텔이 너무 멋지면 나갈 생각이 안나는 단점이 있다.)

불빛으로 아하 저기쯤가면 바다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중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일출을 볼까하는데 7시 30분 내외라하고

어제 약속하기를 8시에 나갈까했는데 30여분 앞당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동행자가 동의해주면 말이다.


올해 제일 큰 일은 무엇이었을까? 이맘때쯤 꼭 생각나는 질문이다만 식상한 질문이다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지만 되돌아본다면

예정되어 있던 나의 정년퇴직과

예정에 전혀 없던 남편의 위암 투병

그리고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던 아들 녀석의 연애사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떠밀리듯 내려온 그렇지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탈서울이었을 것이다.

큰 일은 그러하고

작고 소소한 일은 그래서 기억도 나지 않고 글에도 쓰지 않은 채 지나간 일들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많고 많은 일들 중에 제주 방문은 또렷히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올해 세 번의 제주를 방문했고

(예전 교사연수 진행했던 그 해에 세 번 왔었던 것 같다. 2019년쯤 되었을 것이다. 답사 1회, 연수 운영 2회)

3월에는 혼자, 6월에는 막내 동생과 조카와 12월에는 후배와 함께이다.

동행이 있냐 없냐 누가 동행이냐에 따라 여행의 코스나 먹거리나 감흥이 모두 달라질 것이 분명하지만

제주는 그 모든 변수를 잠재울만큼 언제나 어디서나 멋지다.

가끔 바가지논쟁에 휩싸이는 기사들이 올라오기도 한다만 가급적 그런 곳을 피해다녀본다.

그런데 왜 제주에 오면 올수록 가고 싶은 곳이 먹고 싶은 것이 더 늘어나는 것일까?

어제 제주 사진을 하나 SNS 에 올렸더니 마구 나오는 피드들이 몽땅 가고 싶고 먹고 싶다.

평소 그렇게도 미니멀리즘을 주장하였는데

왜 제주에 대한 욕심은 자꾸만 커져가는 것이냐.

그 욕심들 중에서 오늘 나에게 선택되는 것들은 또 어떤 것들이고

어떤 멋진 장면들과 만나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까를 기대해보는 월요일 아침이다.

다행히 오늘도 날씨가 좋다는 예보이다.

나 날씨 요정이었었나?

7시반까지 뭐를 하면서 기다릴까나 그것이 문제로다.

어제 파악한 바로는 숙소 근처에 국밥집은 없었다. 제주는 해장국인데 말이다.


(오늘 많이 볼거지만 어제 처음본 몇송이 안되는 작은 동백 사진이다. 나는 꽃이 큰 동백보다 이런 소박하고 작지만 반짝이는 동백이 더 좋다. 순전히 내 취향이다. 너무 허드러지게 많으면 희소성이 없다. 조금 멀리서 안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게 동백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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