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 episode 8.

그렇게 끝이 났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비행기는 또 연발이다.

이번에는 행편 지연 도착 사유이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10분이 늦춰졌는데

도착 시간은 25분이 늦춰지는

단순 셈법으로는 도무지 설명불가능한 일이 발생한다.

초조해진다.

너무 딱 맞춤형 기차표를 끊어두었나 후회가 된다.

김포공항역에서 영등포역까지는 5호선을 타고 신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야는데

짐도있고 오르막 내리막 이동거리도 꽤 된다.

내가 근래에 시뮬레이션 해본 적도 없다.

고민끝에 결정을 내린다. 택시를 타기로.


그리고는 동행했던 후배와 석별의 정도

진하게 나누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내딛는다.

앞에 세월아 네월아 길을 막고 갈지자로 걸어가는 덩치가 산만한 중학생 세 명이 있다.

길막은 하지말자. 천천이 가고 싶음 한 줄로 가라.

마음이 바쁘다.

다행이 택시들이 줄을 서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고

첫번째 택시에 올랐다.

다행이다.

젊고 내비게이션에 능숙한 담배 냄새 1도 나지않는 기사님이다.

그 택시는 억의 택시처럼

내가 결혼하고 아들 녀석이 유치원 들어갈때까지의 친정집이었던 내발산동을 지나고

(언듯 들여다보니 아파트들 사이에 옛집이 있다. 지나가본지 십여년은 된듯 하다.)

테니스 강습을 받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역주행 오토바이에 새 차 본네트가 꼭 찍혔던

88 체육관(?)도 지나고

막내가 배정받고 울면서 배정원서 내러갔던 중학교도 지나서(학생들의 하교 시간이더라.)

내가 운전면허따고 처음으로 주행연습을 나와서 혼비백산했던 영등포역 건너편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물론 그 사이에 또 오지라퍼 기질이 발동하여

기사님과 폭풍수다를 떨었다.

음주운전자를 신고하면 보상금이 나온다는 이야기와

여의도에 뜬 거대 풍선과 한강버스 시승담까지 들었다.

나만큼 호기심과 관찰력이 많은 기사님이셨다.


영등포역에 내려서 화장실을 가렸더니 대기줄이 너무 길고

휴대폰 충전을 하렸더니 웬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경찰들과 싸우고 있어

혹시 싶어서 더 앞 열차로 티켓을 바꿀수 있나 물어봤더니 5분후 출발 티켓으로 변경해주었다.

나의 고양이 설이를 보러갈 시간이 30여분 단축되었다.

신난다.

게다가 아까 그 택시에서 핸드폰 충전까지 처리되어

기차안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브런치글을 쓴다.

이번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럭키비키이다.

한 해 마무리가 이정도면 훌륭한거 아니겠나.

새해 시작도 이 정도의 행운이 따르길 바래면

너무 도둑놈 심보일까나?

뭐 대단한 로또 1등을 희망하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굿바이 제주. 웰컴 투 조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