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첫 보름달에게 소원 빌기

이번에는 들어주셨음 정말로 좋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나갔다가

생각보다 추위가 심하지 않아서

아파트 단지내 커뮤니티센터에 들렀다.

헬스장에 기구들은 많은데 사람은 별로 없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안내문을 보아도

나 같은 어르신 맞춤형 PT를 해줄 트레이너는 없는 듯 했다.

사실 번화가였던 신용산역에 살 때나

PT 센터가 문전성시 잘 되었지

직전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자주 트레이너들의 이동이 있는 것을 보니

안정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수당 확보가 쉽지 않은 듯 했는데

이곳은 대도시가 아니니 상주 트레이너가 없는가보다 그렇게 나 혼자 결론을 내린다.

옆에 있는 골프 연습장을 슬쩍 살펴보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만 있다.

따뜻해지면 조금 나가면 있는 야외 연습장을 갈테다 그렇게 마음먹고 두곳다 패스한다.

그리고는 생각보다 안 추워서(내가 잔뜩 껴입고 나간 것일지도 모른다만)

몇 번 가본 호숫가까지 한바퀴 돌고(이제 물이 다 얼었더라. 살얼음이기는 하다만)

아파트 단지를 크게 돌아 막내 동생이 맛집이라 추천해준 짬뽕집까지 확인하고 귀가했다.


어제 하필 아들 녀석이 서울로 돌아가고 나서

차를 파킹하려는데 생전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떴다.

자동차키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늘 그것을 해결해보려고 산책을 다녀오는 남편에게 수은 전지를 사오라했더니

(내 잘못이다. CR1632 이라고 명시해주었어야 했다.)

내가 보기에도 엄청 작은 사이즈를 들고 왔다.

아픈 사람을 또 보내기 그래서 내가 다시 들고

교환을 해보려했으나 원하는 것이 없다.

주변 3곳 편의점을 모두 돌아도 없다. 이런...

할 수 없이 인터넷 총알 배송의 힘을 빌린다.

그러고도 난관이 기다린다.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키를 분해해야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해도 영 커버가 열리지 않는다.

나와 남편의 악력으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다.

주변에 작은 사이즈의 드라이버 같은 것을 사용해야 할 듯 한데 그것도 없고.

짜증이 밀려온다.

일단 내일 아침 수은 전지 배송이 오면

그것과 자동차키를 얌전히 들고서

주변 카센터를 방문해야 할까보다.

주변에 널린게 카센터이다.

조치원이 자동차 수리의 메카인줄 정말 몰랐다.

한 집 건너 그 다음 집이 카센터이니 아마도

내일 해결되리라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고는 아들이 더더욱 그리워진다.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삶이라니.

서글프고 서글프도다.


내일 올해 첫 보름달이라는데 소원을 빌어야겠다.

아들 녀석에게 멋진 아가씨가 생기기를.

그리고 그 아들 녀석의 도움 없이도 나 혼자 씩씩하게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기를 말이다.

아령이나 들어서 손아귀의 악력이나 키워야겠다.

울 엄마는 손아귀 힘이 세고 손이 매워서리

등짝 스매싱 한대면 정신이 홀라당 차려졌었는데

나는 누굴닮아서 이리 손아귀가 여리여리한 것이냐.

얼굴은 누가봐도 천하장사 스타일인데

손가락만 세상 가냘프고 이쁘고 여리여리하다.

이런 불상사가 있나.

보름달이 이번에는 내 소원을 들어주었음 정말로 좋겠다. 이제 들어줄 때도 되었건만.


(기종이 다른 차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세상에나.

아들 녀석이 다시 찾아보내준 영상을 보니 뚜껑이 열렸다.

더 기가 막힌건 CR2032.

아까 편의점마다 봤던거다.

다시 패딩을 걸쳐입고 편의점에 가서 전지를 사와서 교체에 성공했나 싶었는데 마지막 키가 안꼽힌다.

숨고르기를 한다.

이거야말로 손가락 힘인든 싶은데 안되면 카센터다.

다시 전지를 사러 편의점을 가다가

보름달 D-1 인 달도 보았고

냅다 소원도 빌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하려다가

다시 잘 살펴봤더니 힘으로 넣는게 아니었고

세로가 아니라 가로방향이었다. 드디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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