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간 설문 만들기
강의 계획서를 작성해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올려두는 것이 이번 주 미션이다.
목, 금에는 일정이 있으니 월~수요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과연 학생들이 이 강의 계획서를 꼼꼼이 읽으면서
수강 신청을 하는 것일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궁금하다만
전공 필수는 할 수 없지만 교양은 강의계획서를
잘 살펴보고 신청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래야 학생이나 교강사나 당황하지 않는다.
제목만 보고 끌려서 신청했다가 당황한 경우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런데 강의 제목이 멋지면 수강생 모집에는 분명 메리트가 있다.
지금 출강하는 대학 교양과목 중 가장 흥미로운 제목은 <동양요괴대백과> 이다.
콘텐츠 만드는 것이 요구되는 전공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나도 한번 들어보고 싶기는 하다.
후속편으로는 <서양요괴대백과>가 있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만.
두 번째 같은 강의를 하니 부담감은 줄었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던 다른 문제점이 부각되기도 한다.
해봐야만 아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먼저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 와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 두 교과의 차별화 문제이다.
작년 2학기의 경우 교양과목 중 자연과학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달랑 이 두과목인데
(물론 학생들은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과학시대 철학하기> 강좌도 있다만 그 강좌의 핵심은 철학이다.)
자연과학 내용임을 알고도 선택해준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목표가 더욱 뚜렷해진 올해이다.
작년에 두 가지 강의를 모두 들었던 학생들은
딱 2명이었지만
그래도 중복 수강하는 학생들이 있을지 모르니
두 강의의 차별화가 분명 있어야 한다.
또 학교의 특성상 다른 곳에서 학부를 수료하고 다시 입학한 학생들도 있더라.
특히 강의 참여도가 높고 잘하는 학생들을 보니
<영양학>이나 심지어 <물리학>을 전공하고 넘어온 학생들도 있었다.
따라서 강의 첫 시간에 간단한 과학관련 그리고 AI 활용 경험등의 학생별 백그라운드를 알아보는 설문을 진행해보려 한다.
1학기에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온 신입생들이 있어서 더더욱 학생별 배경과 차이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설문 결과를 보고 이후 강의의 난이도를 조절하는데 활용하고
강의 전, 후 개념이나 생각의 변화도 가늠해보는 자료로 활용하려 한다.
오늘 할 제일 중요한 일일지 모르겠다.
첫 시간 설문 문항을 만들다보면 강의 목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니 말이다.
설문과 강의 내용을 묶어서 책이나 논문 수준으로 엮어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내 생애 마지막 논문 게재라니 참으로 멋지지 않는가?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는 3차시 연강 10주차이고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은 2차시 연강 15주차이니
학생들의 강의 집중도나 피로도에서도 차이가 분명 발생한다.
평가 방법도 점검의 필요가 있다.
작년의 경우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는 중간에 개인 발표를 했었고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은 발표 없이 총괄 평가 시험으로 진행했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고 자평한다.
물론 개인 발표 자료 탐색과 산출물 만들 시간은
강의 시간 일부를 제공했다.
강의 시간 이후 별도 노력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강의와 평가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어야하니
작년에 했던 그대로가 아니라 중심 내용의 뼈대는 살리되 운영의 묘를 살리는 재구성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이 일을 진행해야하니
매우 중요한 일이고 시간도 넉넉한것만은 아니라 볼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노트북 자판 A/S도 다녀오고
남편을 치과에 모셔다드리기도 해야는데
밤새 눈이 많이 내려서 운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어젯밤 크고 멋지던 달과
오늘 아침 눈 쌓인 아파트 사진중에서 어떤 것을
대문 사진으로 쓸까 잠시 고민했다.
둘 다 멋진데 하나는 정적이고 하나는 동적이다.
눈 쌓인 도로를 치울 누군가의 힘듬이 생각나서이다.
그리고 그 도로를 통해 출근할 아들 녀석을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의 힘듬도 생각난다만
그렇게 힘들게라도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이 한편 기쁨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서 저절로 눈이 싸악 녹는다면 참 좋겠다.
물론 그 사이에 누군가가 눈사람을 하나
멋지게 만들어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만.
내가 다니는 그 길목에 눈에 딱 띄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