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아쉬움이 있다. 누구에게나.
세상에나 명절 귀경 전쟁의 끝판왕 기차편을 체험했다.
늦으면 힘들까 싶어서 오후 네 시 출발 기차표를 골랐는데
(더 늦은 시각이었으면 더 아수라장일뻔 했다.)
20여분 지연이었다. 대전역에서 이미.
그리고도 대전역에서 엄청 많은 사람이 내리고
엄청 많은 사람이 기차에 타더라.
이러니 지연이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3호차의 문 하나는 고장이란다.
간신히 탑승해서 내 좌석까지 가는데 5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입석도 만원인거다.
입구부터 사람과 그들의 짐과 심지어 통로에 주저앉은 사람들까지 있다.
대학생 때 MT 혹은 졸업여행갈 때 보고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심지어 입석으로 서서 가는 동남아 외국인이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서있는 사람들을 비추어보여주더라.(눈치를 슬쩍보면서 말이다.)
그 외국인 눈에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는 뜻일게다.
내릴때도 간신히 내렸는데 20분 이상 지연인 경우는 보상금을 지급해준단다.
별 일도 다 있다.
백화점에서 대전역까지는 처음 타보는 대전 지하철로 이동했다.
대전 지하철은 좁다.
마주보는 사람들이 다리를 뻗으면 닿을 것만 같다.
서울 지하철과 비슷한 점은 임산부석에 어르신들이 앉아있다는 것과(어디나 비슷한 분들이 있다.)
흔들림이나 방송 상태 등은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음 번 대전에 오면 자신있게 지하철도 타고
성심당 본점도 가고 그 뒤편 맛집 식당도 가고
관저동 맛집 골목도 가보고 당당하게 돌아다닐 수 있겠다 싶다.
이렇게 우연찮게 대전에 익숙해진다.
보문산 입구에는 보리밥 식당이 많이 있었다.
보리밥과 청국장 세트로 제공되는 듯 했다.
그 안내를 보고 집에 먹고 남아있던 청국장 반쪽이 생각나서
오늘 저녁은 나물 남은 것 잘게 잘라넣어 달래장이나 청국장에 비벼 먹는 냉털로 끝내려 한다.
아니다. 아들과 먹다 남은 도미구이에 양념올려서
다시 한번 간간하게 조려먹으려 한다.
명절 때 음식을 별로 하지는 않았는데
(내 생애 가장 편했던, 가장 음식을 조금했던 명절이었다.)
그래도 냉장고에는 조금 조금씩 음식이 남아있고
아마도 이번 주말까지는 냉장고 정리용 메뉴가 제공될 예정이다.
그 길어 보였던 명절의 끝에
나는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하나 먹어서 행복했고
고양이 설이는 성심당 종이 가방에 들어가서
광고 모델처럼 앉아있고
토요일 염색과 파마를 할 생각에 기분이 살짜쿵 좋아지며
다음 주 바빠질 일정을 두려워하면서도 고대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남쪽에만 소식이 있는 매화가 중부지방에서도 관찰되기를
꼼꼼이 주변을 살펴보면서 다닐 예정이다.
벚꽃은 온도를 계산해서 핀단다.
겨울부터 온도를 합산해서 누적온도가 400도에 달하면 꽃을 핀단다.
믿거나 말거나. 과학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모든 꽃들은 준비를 마치고 꽃망울을 터트릴 최적의 시기를 카운트다운하고 있는 중일게다.
우리가 개학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절은 늘 이렇게 조금은 아쉽게 끝난다만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다음 명절을 혹은 휴일을 맞이하는 자세일지 모른다.
조치원역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에 타서 신나게 좌석에 앉으려다가 앞 가림막에 왼쪽 무릎팍을 또 부딪혔다.
열 번쯤 문질러 주었는데 다행히 멍은 안들었다만
왜 자꾸 다친데 또 다치고 그러는 것이냐?
맞은데 또 맞으면 얼마나 아프고 기분 나쁜지 다들
잘 아실게다.
이렇게 명절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한다.
개강날까지는 하루에 2~3편의 브런치 작성이 가능할 것 같은데 개강하고 나면 알 수 없다.
어쩌겠나. 그것은 또 그때의 나에게 맡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