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미세먼지 주의보 발생 중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그럴 듯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번 학기 월, 화, 목 강의가 제대로 진행되는

첫 주이다.

지난주는 월, 화에 대학 강의가 없었다.

공식적인 교양과목 휴강일이었는데

수강신청 변경 기간은 벌써 지나버렸다.

보통 첫 차시를 듣고서 학생들이 변경 여부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는데

이제는 월, 화 내 강의를 듣고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강 포기밖에는 방법이 없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행정상의 하자가 발생한 셈이다.

그래도 착한 학생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나보다.

나는 살짝 마음에 걸리는데 말이다.

할 수 없다.

이제는 내 강의를 듣는 것이 운명인 셈이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에 대한 실망감이 넘쳐서

그 분을 삭여보려고 골프 연습장에 갔으나

오히려 스트레스지수만 더 높여서 왔다.

며칠 안했다고 몸에 힘이 들어가서 삑사리만 엄청 냈다.

거리가 안나가서 그렇지

양 옆으로 빠지는 O.B를 내는 적은 거의 없는데

오늘은 좌로 우로 공이 마구 난사된다.

내 마음의 변화 지수와 모양이 똑같다.


힘든 마음을 나의 브런치 애독자 후배들과의 단톡에 슬며시 풀어놓았다.

다행히 다들 아들이 있는 어머니들이라

아들과 남편과의 어정쩡한 관계 및

모성과 부성의 다른 점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비슷했다.

속 마음을 토로하고 나니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듯 하고

퇴근하고 돌아온 막내 동생과 삐죽거리면서 남편 흉도 같이 보고나니

내 마음의 미세먼지 세기가 조금은 줄어든 것도 같다.

새벽의 명품 가방 꿈이 개꿈이었음에 틀림없다.


내일은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라

오늘의 분함과 속상함을 곱씹을 시간도 없을거고

따라서 내일의 내 마음은

미세먼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청정한 하늘 상태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강의를 하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줄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에너지를 받는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강의하는 동안이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될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조금밖에 남지않았음을

모래알처럼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아쉬울 뿐이다.


후배가 나를 위로하려 올려준

문정희님의 <남편>이라는 시의 일부를 옮겨본다.

맞기도 하고 일부는 아니기도 하다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라고 되어 있다.

설마 그렇겠지?

나와는 아들에 대한 애정의 정도나 표현 방법이나 생각이 다르지만 그도 하나뿐인 아들을 사랑하고 있겠지?

그럴것이다.

그래서 나도 생선 한마리 굽고

버섯과 파프리카 볶아서 저녁을 차린다.

미세먼지 속의 일몰 사진도 보내주고 위로의 시도 보내준 후배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내 마음의 미세먼지 주의보가 미세먼지 없음으로 바뀔 내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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