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59
학기말 오지랖 대잔치 두 번째
두 번째 오지랖을 거두어들어야 하는 날이다.
3학년의 1학기 마지막 수업은 대기권과 연계하여 미세먼지 측정 실험을 하기 위해서
특강 강사와 키트를 초대하였다.
물론 공문에서 찾아서 신청서를 넣고 전화를 돌리고 한 부지런의 결과이다.
아두이노 기반의 온도, 습도, 미세먼지 측정 센서를 부착하여 보드에 연결한 키트이다.
학생들은 기본 보드에 센서와 전선을 연결하여 학교의 다양한 장소에서 5번의 측정을 시도하고
그 평균값을 구한 후 다른 장소 측정값과 비교하여 알게 된 사실을 발표하였다.
이번주는 생활기록부 작성등의 학기말 마무리 업무로 수업시간을 35분으로 압축 진행하여야 하니
이론적인 부분은 가급적 생략하고 재빨리 조별로 키트를 완성하고 특정 장소로 이동하였다.
체육관으로, 운동장 한 복판으로, 자기네 학급 교실로, 화장실로 나뉘어 이동해서는
측정을 마치고 다시 과학실에 모였다.
우수조에게는 초콜릿을 준다고 하였더니 너도 나도 발표까지 완성하였는데
결과가 아주 흥미로웠다.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우리학교 운동장에서의 미세먼지 수치는 생각보다 훨씬 낮았다.
매시간 뛰면서 체육을 하는 체육관보다도 냄새나는 화장실보다도 가장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곳은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자기반 학급 교실이었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 환기는 자주 하지 않은 채로 밀폐공간에 에어컨만 틀어대고
하루종일 여러명이 복작대는 실내의 미세먼지 측정값이 모두 최고로 나왔다.
오늘의 측정 자료는 2학기에 측정 실험에서의 변인통제의 중요성 이해 및 실시간 미세먼지 자료 분석활동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생태전환교육활동은 이렇게 교과 내용과 연계되어서 진행되어야 교육적인 의미를 갖출 수 있다.
일방적인 영상 보기 등으로는 체감도 되지 않고 오래도록 머리에 남을리가 없다.
그리고 2학기 수업은 이렇게 조별 발표 수업이 많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아울러 Chatgpt를 활용한 수업도 경험할 것이라고 안내하였다.
미리 맛보기를 해볼 사람은 목요일 방과후 특강에 참가하면 된다고도 이야기해주었다.
이쯤이면 도입-전개-결말이 완벽하다.
항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나는 항상 스토리가 있는 수업을 계획하고 꿈꾼다. 가끔 망가지는 법이 있을지언정...
그런데 사실 특강 강사를 모시고 하는 수업은 내가 혼자 하는 수업보다 더 힘들고 더 목이 아프다.
매번 그랬다. 신경은 더 쓰이고 몸도 더 힘든 특강 강사 초청 수업...
나의 두번째 오지랖을 간신히 거두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