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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63

무언가에게 집중하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과학교사로서 제일 흥미로울때는 과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만날 때이다.

여름방학식날 이루어진 캠프에서도 몇몇은 정말 열심히 연천의 지질학적 고찰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천체 관측 활동시 망원경을 들고 메고 지고 움직여가면서 열심히 달과 별을 찾았다.

주말에는 모 행사에서

주어진 실험을 위해 실험기기를 조작하고 실험을 수행하며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안타까워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에 작성하는 열의를 보이는 학생들을 만났다.

두 시간 정도 시간에 집중하여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아무리 재밌는 것에도 3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10대 청소년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방학때는 중학교 1학년 영재들 대상의 특강 수업이 오랫만에 예정되어 있다.

어떤 주제로 수업을 할까하다가 과학의 기본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의 기본은 주변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관찰, 그 결과의 기록과 그를 기반으로 한 분류 과정이다.

준비물로는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준비하려 한다.

원래 관찰은 잘 알고 있거나 관심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효과가 크다.

물론 먹어서 맛도 관찰하겠지만 다른 것들을 중심으로 조별로 관찰한 내용을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기록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무언가 기준을 세우고 과자들을 분류해본다.

조별로 같은 종류의 과자를 관찰하나 관찰하여 알게 된 사실은 다 다를 것이고 분류 기준도 다 다를 것이다.

각 조별 기준을 발표하고서는 다른 조의 분류 순서를 보고 분류 기준을 맞추어보는 퀴즈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이 블록타임 한 차시 분이 될 것이다.

똑같은 관찰 대상을 보고 다양하게 관찰 내용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분류 순서가 다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이 활동의 핵심이다.


두 번째 차시에는 그 과자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려 한다. 과학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모형만들기가 되겠다.

영재 수업에서는 무언가 창의적인 산출물을 만들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언가를 만들지는 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Chatgpt 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우리에게는 태블릿이 있고 그리고 그것의 도움을 받으면

무언가 창의적인 산출물이 나올 수 있다는 나의 막연한 생각을 영재들이 완성시켜주리라 믿어본다.

그리고 그것이 설사 멋진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활동을 한번 해본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영재교육의 중요하고도 신기한 점은 교사 주도적인 활동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교사가 모든 것을 다 주는 것은 선행학습을 하는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영재교육원은 생각하는 힘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인 사고 과정을 실행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무엇인지 모를 그 산출물이 멀지 않은 미래에는 현실화되어 우리 생활에 나타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날 무엇보다도 반짝거리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과학을 사랑하는 스무명 남짓의 중학생들을 만나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벌써 기쁘다.

아직도 나는 무려 한 학기가 남은 과학교사이고 나의 전공은 영재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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