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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4

요리도 분명 과학이다. 침대보다 더 과학적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내 브런치 글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수업 이야기이고 하나는 먹거리 이야이다.

이야기마다 라이킷의 개수는 다르지만 대부분 10여개 내외이다.

그 10여분에게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인지 모르겠다.

다른 분들의 글들은 퇴직 이후에 열심히 읽어보리라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수업이나 학교 이야기보다 먹거리 이야기가 조금은 더 환영받는다.

그 이유는 알 것도 같다.

학교랑 수업 특히 과학 교과 내용은 지루하거나 어렵기 때문이다.

가급적 쉽고 재미있는 과학 수업을 모토로 평생 노력했지만 과학이 결코 쉬운 교과목일 수는 없다.

그래도 나의 멋진 제자들은 과학 수업 시간이 제일 재밌다고 즐겁고 쉽게 설명해주었다고 종종 이야기를 해주어서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먹거리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결국은 과학이야기로 가거나

과학이야기라고 쓰기 시작했는데 먹거리 이야기도 일부 나오는 것을 보면

나는 태생이 융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추론을 해본다.(지나친 자신감일 수 있다.)


오늘은 진짜 진짜 덥고 습한 날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랜만에 드라이크리닝을 맡기고

참외, 부추, 오징어와 쭈꾸미를 사러 나갔다 돌아온 그 짧은 시간에도 한계를 넘어서는 더위와 습기를 만났다.

이런 날은 시원한 학교가 최고인데 말이다.

집에서는 전기요금 생각에 에어컨을 항상 틀어놓게는 안되니 말이다.

아마 다들 직장인들은 여름철 피서지로는 시원한 직장이라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할게다.

어떤 날은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 목적을 가지고 장을 보지만(그런 날은 걸음에 신남이 묻어있다.)

오늘은 별 목적없이 그래도 정시퇴근 한다는 아들 녀석 생각에 집 근처 작지도 크지도 않은 슈퍼에 갔다.

대형 마트까지 가기에는 날이 너무 더웠다.(더위를 별로 심하게 타지 않는 나에게도 그랬다.)

무언가 더위먹은 아들 녀석 입맛을 잡기에 적당한 것이 없을까 보았더니 꾸미 반조리식품이 행사 상품으로 나와 있었다.

쭈꾸미에 오징어를 함께 넣고 양파와 대파 듬뿍 볶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으로 보면

나에게는 천부적인 요리 DNA가 조금은 있는 듯도 하다.

차갑게 냉동시켜 둔 콩나물국과 같이 먹으면 맛나겠다.

부추 한단은 왜 집어 들었을까나?

비가 쏟아진다면 부추전 조금과 감자채전을 부쳐야겠다는 본능적인 생각이었나보다.

남은 부추는 조개탕 끓일 때 넣고(주말에나 해먹어야겠다. 내일은 대학병원 검사일이다.)

방학중 나혼자 잔반으로 점심 비빔밥 먹을 때 넣고 그래도 남는 것으로는 부추김치를 담으면 되겠다.

어제 담아둔 양배추 김치와 번갈아 먹으면 되겠네.

중요한 건 메인인 배추 김치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겉절이용 알배추를 사러 나서기에는 날이 너무 덥고 끈적거린다.

오늘 점심은 미니김밥으로 간단하게 때워야지.

김밥속으로는 매운어묵볶음과 베이컨이 있고 후식은 참외 반개면 충분하다.

아, 머리 속으로는 오늘이 다 지나갔다. 시간은 이제 오전 11시. 방학이 아니라면 이제 겨우 3교시가 시작할때 쯤이다.

오늘의 해야할 일은 영재원 수업 원고 작성하기와 개인 원고 작성하기

그러나 두 가지 다 이번 주말까지 완성하면 된다.

갑자기 몰려오는 낮잠의 기운을 물리치려고 음식 재료 손질에 들어간다.

당근과 대파 밑둥 잘라서 컵에 담가두었다. 요리는 과학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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