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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5

백수 연습 중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병원행으로 우울한 하루를 보냈지만

오늘은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알찬 하루를 계획했다.

일단 아들 녀석은 갑작스런 출장으로 지방에 갔으니

오늘도 자연스럽게 혼밥 당첨이다.

일찍 자니 자꾸 일찍 일어나게 되어서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점점 노인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되는가보다.

어제 막히는 길의 운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운전은 언제 그만 두어야하는가도 생각해보았다.

내년에 퇴직하고 운전도 딱 끊으면 생활에 너무 많은 변화가 올지도 모르니

1년만 더 하다가 그만할까도 싶다가도

가끔 택시에서 나보다도 나이 많은 운전자를 보면 마음이 서늘함을 느끼기도 하니

내년에 면허증을 반납해야하나도 싶다.

아직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 부분은...


아침은 어제 채혈 후 먹으려고 만들었던 베이글 샌드위치 1/2개와 커피이다.

나름 반을 정성스레 갈라서 딸기잼도 바르고 스크램블 달걀과 베이컨을 넣은 것이다.

베이글 한 개를 다 먹는 것은 부담스럽다. 다른 사람도 그런것 맞죠?

점심은 지금 고민 중이다.

어제 오랜만에 대형 마트에 가서 할인하는 삼계탕도 샀고(6,500원이니 안 살 이유가 없었다.)

부추 가득 넣은 재첩국도 있고(부추는 아직 안 넣었다. 먹을 때 다시 끓여서 막판에 넣을 예정이다.)

한번 먹었던 감자국도 있고, 갈비탕 조금도 남아있고...

그러고보니 국 종류만 있나보다.

혼밥의 최고는 국에 말아 김치와 훌훌 먹는 밥이다.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참 촌스럽기도 하다. 그러니 맛난 것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1인분 시켜 먹는 것은 더 내키지 않는다.

오후에는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한 가지 있고

저녁은 아들 녀석의 출장 후 귀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늦은 귀가이면 또 국말아 김치와 먹는 밥?

일찍 귀가한다면 고기 좀 굽고 차돌된장찌개 끓이고 부추랑 배추 겉절이 담아낼 예정

남들은 아들에 너무 휘둘리는 삶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아들 녀석 식사를 챙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저나 드라이크리닝 맡긴 세탁소에서는 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일까?

한번 들러봐야겠다.

곧 백수가 될 것인데 미리 연습하는 중이지만 쉽지 않다. 백수의 하루도...

마치 오늘 아침 찍은 사진 속 몇개의 이가 빠진 꽃과 비슷하다.

이 꽃도 완벽했을때가 있었을 것이고 이가 빠진 지금도 안스럽기는 하나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가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었으면 참 좋겠다. 많은 위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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