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69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by 태생적 오지라퍼

다음 주 개학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공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학하면 자연스럽게 할 일 들이지만 개학 첫 주를 정상적으로 잘 진행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먼저 할 일은 2학기 평가계획을 정리하는 일이다.

올해부터는 평가 계획을 학기별로 교육청에 제출한다.

1학기를 하고 파악된 학생들의 수준을 맞추어 2학기 평가를 구성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2월에 1년의 평가 계획을 모두 수립하는 그런 일을 했었던 것이다.

전보 이동으로 그 학교에 처음 온 교사들은 사실 학생들의 수준을 잘 알지 못하는데

2월에 계획한 평가를 1년 내내 적용하다보면 아차 싶은 것이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3학년은 주당 1시간의 수업만을 담당하므로

지필평가는 하지 않고 수행평가(탐구과정평가와 서논술형평가)로만 진행한다.

천문학 부분의 탐구과정평가는 천체사진촬영(간단한 달 사진 정도 이다.)과

관련 영상 만들기 및 실시간 데이터 활용 분석으로 구성하였다.

2종류의 서논술형평가는 과학글쓰기인데

기상학 부분 총정리 일기예보 작성과 우리나라 우주탐사의 현황에 대한 자료 탐색으로수행할 예정이다.

수업 시간에 태블릿 검색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ChatGPT 도 활용하고

중3은 고등학교 발표 수업 대비 연습도 해주면 좋을테니 산출물 만들기 연습까지 진행한다.

내가 파악한 우리학교 3학년 학생들의 역량으로 이 정도는 따라올 수 있다.

나랑 비슷한 포맷의 수업을 2년째 하고 있으니 말이다.


2학년은 현미경 관찰 실험과 전류계, 전압계, 저항 연결 실험이 주된 내용이며

중간 중간에 전기, 열 에너지, 동물와 에너지 부분에서의 글쓰기가 진행된다.

2학년은 수업 내용의 난이도가 높으므로 수행평가의 난이도는 조금 낮추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주고자 계획을 짰다.

기말고사 내용도 결코 쉽지 않을테니 수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수업 첫 시간에 알려줄 것이다.

평가는 학생들을 힘들게 하기 위해,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고 이 부분에서 어느 내용이 더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기 위함이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로 진행한 일은 첫 주에 진행될 동아리 활동 준비이다.

준비물이 필요한 동아리들이 있다.

그런데 준비물 신청 등의 업무를 맡아서 해주신던 실무사님이 다른 학교로 이동하게 되었다.

학교 이동으로 처음 만나는 실무사님께 갑작스럽게 준비물 신청 업무를 부탁드리면

2일 후 진행할 준비물이 제대로 배송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업무담당 선생님과 재빠르게 오늘부터 준비물을 파악하고 신청을 시작했다.

제과제빵반의 준비물이 필요하고 도시농부반은 배추와 무 등 김장 작물 모종이 필요하다.

교사 단톡에 첫 주에 동아리가 있음도 안내했고 외부강사님들 단톡에도 안내를 올렸다.

그렇지만 안내를 했다고 아무 일 없이 활동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톡에 올린 내용을 세심하게 챙겨보지 않을 수도 있고

갑자기 아픈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고(코로나 19가 다시 유행이다)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공사했던 학교 환경이 제대로 정리되었을지는 절대 알 수 없으며

한달 이상 쉬어서 일처리 능력이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할 내가 놓치는게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돌아갈 직장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나를 설레이게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구성원들이 오늘 아침 산책에서 찍은 위 사진처럼 정교하게 거미줄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구멍이 나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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