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72
중학교 시기는 꽤 중요하다.
개학 3일만에 목이 아프기 시작한다.(사실 어제부터 징조가 있었다만)
방학 동안 고양이와의 대화에만 사용하던 목을 갑자기 너무 많이 사용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오늘은 2학년 첫 조별 활동으로 소화기관별 역할 및 질병 탐색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
자료를 찾는데 기본은 교과서이다. 교과서 내용에 나오지 않는 자료는 과감히 생략해도 된다.
그렇게 안내했으나 아이들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가보다.
발표는 자료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그 내용을 이해하여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안내했으나 조그마한 소리로 AI처럼 읖조린다.
처음하는 수업 형태이니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발표 수업은 앞으로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해서도 발표의 자리란 떨리고 힘든 자리가 될 것이다.
여러 번 연습을 해서 그 방법과 요령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연습을 중학교에서 해보지 않는다면 언제할 것인가?
그래서 중학교 시기가 중요하다.
방과후에는 후배교사 석사 논문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과학과 수업에서의 그래프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논문이다.
현장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찾아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 그래프에서의
아날로그적인 방법과 디지털 기기 활용 방법을 비교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모눈종이에 점하나씩을 찍어가면서 그래프를 그렸던 과정은
이제는 센서를 활용한 측정 및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지털 그래프 그리기 형태로 점점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해서 모눈종이에 점찍기로 진행되는 그래프의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가로축과 세로축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데이터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던 의미가 그래프로 변환되면 쉽게 보인다.
그리고 세상을 살면서 그래프를 해석해서 알게 되는 사실은 많다.
성적 변화도, 월급의 변화도, 주식의 변화도, 여름 기온의 변화도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한 눈에 상관관계와 변화 및 추세를 알 수 있다.
이런 그래프 구성을 연습해야 하는 시간도 중학교 시기가 적절하다.
고등학교는 대입 준비로 바쁘고 초등학교에서는 그래프를 해석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중학교 시기가 그래서 또 중요하다.
중3 기말고사가 끝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3개월 남짓 시간이 이런 기본적인 탐구활동을 연습하고 의미를 이해하는데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를 마지막으로 놀 수 있는 시기라고만 생각한다면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공부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
어차피 해야할 공부라면 미리 해두면 바쁜 시기에 조금은 편할 수 있다.
문제 풀이 연습이 아니라 기본적인 탐구 방법과 그 해석 방법을 아는 것이
과학 공부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한 가지이다.
이런 내용의 그래프 관련 이야기를 멋진 후배와 열심히 나누다보니
오랫만에 과학교육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생겼다.
열공하는 후배를 보는 일은 멋진 선배를 만나게 되는 것 못지 않게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