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명절 음식 만들기
추석이 가까워오는데도 아직 덥다.
걱정은 그닥 하지 않는다.
추석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늘한 바람이 몰려올 것이다.
지난 주 동아리 시간에는 방학동안 무성해진 텃밭을 정리하고배추랑 열무 모종을 심었다.
크기가 커질 것을 감안하여 간격을 넓게 넓게 심었는데
날이 아직 더우니 아침 출근길에 들러서 물을 주곤 한다.
추석 연휴에 배추랑 열무에 물을 주는 것을 어찌 할 것인가가 내 고민 중 한가지이다.
추석 당일 시댁에서 아침을 먹는데 무엇을 준비할까 물으니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 한다.
(수 십년간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긴 한다. 그러다가 정작 음식이 별로 없으면 눈치를 준다.)
소고기무우국은 구순의 시어머님께서 직접 끓이신다고 하지 말란다.
과일은 시누이가 보낸다고 하니 사지 말라하신다.
고춧가루는 외삼촌 댁에서 만들어 나누어 주신단다.
그럼 과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영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아들 녀석에게 물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갈비찜을 먹겠냐, LA 갈비를 먹겠냐 하니 후자를 택했다.
굴비구이를 먹겠냐, 볼락구이를 먹겠냐 했더니 전자를 택했다.
주 메뉴는 결정되었으니 이제 사이드로 같이 먹을 잔잔바리들을 준비하면 되겠다.
평소에는 잘 안하는 특별식을 해봐야 겠다.
가지 죽죽 길게 찢어서 나물무치고(아들 녀석이 잘 먹지 않는다.)
꽈리고추 밀가루 묻혀 삶고(막내 동생이 좋아라 한다.)
어묵 잘게 잘라 매콤하게 볶고(남편 주중 반찬으로 주면 좋겠다.)
파 송송 썰어넣고 두툼하게 계란말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음식을 준비하고 인사드리러 가볼 곳이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기만 하다.
올해 이모와 고모도 돌아가셔서 인사드릴 친척집도 없다.
한 분 남은 시어머님이 건강하게 계시다가 오래 아프지 않고 가시는 것을 기원할 뿐이다.
명절이라는 명칭이
누구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나도 제사를 지내는 오랫동안 그랬었다.)
누구에게는 여행을 가는 적기라고 생각되고(그런 사람이 많아서 길이 너무 막힌다.)
누구에게는 푹 쉬는 시기여서 마냥 좋기만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명절에 늘상 함께였으나
이제는 옆에 없는 누군가가 계속 생각나고
곧 옆에 없을것만 같은 누군가를 걱정하느라
마음 한 구석이 많이 아려오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맛난 것을 먹는 것으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