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4

조금씩이지만 맛난 것을 먹고 싶어

by 태생적 오지라퍼

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4


열 번째,

오픈 런으로 장을 보고 오전 내내 달렸더니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이럴 때는 매콤한걸 먹어줘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경험상으로 안다. 점심은 조금 남겨두었던 제육볶음을 요새 홀릭 중인 고수를 올려 먹었다. 저녁은 남은 야채 듬뿍 넣은 비빔국수 예정. 명절 당일은 시댁 들렀다가 아침 먹고 점심에는 친정 부모님 납골당에 인사드리기가 계획. 이제는 함께 한 음식으로 더 자주 기억이 소환되는 부모님.

92세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명절에 안와도 된다고. 이제는 제사를 안지내니. 작년부터 제사를 그만 지내자고 먼저 이야기해주셨던 시어머님. 마냥 좋다하기에는 그래서 명절 아침 한 끼 같이 먹을 것들을 준비해서 간다. 안와도 된다고 서너 번을 이야기하시더니 떡국 떡이 많다하시고 야채전도 있다하시고 큰 민어도 한 마리 있다하셨다. 이미 나는 얇게 부친 육전과 파절이 조금, 새우 다진 것을 넣은 부추전, 고사리와 도라지 나물. 건생선구이를 머릿속에 그려두었다. 아참 매운돼지등갈비찜은 어제 완성했다.


열 하고도 한 번째,

양배추가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엄마의 샐러드빵(사라다빵이라는 용어가 더 친숙하다)안에 들어있던 양배추는 다소 뻑뻑했고 배추김치가 떨어질 무렵 대타로 나온 양배추 김치는 무겁고 퍽퍽한 느낌이었다. 그랬던 양배추가 쌈으로 슬쩍 입맛에 들더니 양배추 가늘게 썰고 달걀과 설탕 풀어 식빵 안에 넣어먹는 길거리 토스트 버전과 아삭이는 양배추 김치는 나의 별식이 되었다. 물론 아들 녀석은 양배추 김치의 맛을 아직은 잘 모르는듯하다. 다이어트식으로 인스타에 도배된 양배추쌈. 거기에 밥을 한 숟가락 올리고 된장과 고추장을 잘 섞어 만든 쌈맛장을 싸서 먹는 오늘 저녁 식단. 명절음식 잔반처리 시기에도 뭔가 깔끔한 키 포인트가 되는 음식이 하나는 있어야한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아들 녀석은 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졌다. 주말 부부인 남편은 주말에 와서 밑반찬을 챙겨가고 시어머님을 뵙고 다시 내려가는게 루틴이다. 아들도 남편도 밥을 함께 먹어줄 수 없는 날들에는 할 수 없이 나 혼자만을 위한 음식을 하게 되는데 이 일이 어느 날은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귀찮은 일이 되기도 한다. 식당에서의 혼밥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뻘쭘할 때가 많고, 배달 음식앱은 아직 깔지 않았으며(아직은 없어도 버틸 만 하다는 자존심 일 수도 있다), 소량을 자주 먹는 나의 식사 패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주 소량씩 식재료를 사며 한 번에 맛나게 먹을 양 만큼만 요리를 하며 그래서 매번 냉장고는 비어 있다. 혼자서 한 끼를 먹지만 손쉽게 만들고 맛나게 먹기를 희망하며 아이디어 공유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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