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5

텃밭을 준비하자

by 태생적 오지라퍼

열 하고도 두 번째,

수육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김치를 담을 공식적인 기회가 생겼다.

학교에서 작은 텃밭을 하면서 2학기에는 배추랑 무 등을 심고

서툴지만 그것들을 수확하여 김치를 담아 나누는 행사(?)를 진행한다.

김장하는 날에는 수육이 국룰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었다.

김치사랑이 넘치던 우리 엄마는 김장날이 되기 일주일 전부터

두통이 난다고 아버지의 넥타이로 머리를 질끈 묶고 아랫목에 누어 계셨었다.

지금은 TV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모습이 우리 집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따라서 김장이 모두 끝나고 나면 엄마와 우리는 모두 몸살 모드였고

양념 냄새가 기름 냄새처럼 집안에 가득차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러니 수육을 삶고 먹는 일까지는 체력이 약한 우리 엄마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김치를 담는 날 수육을 삶아 김치 양념이나 겉절이와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는 도툼한 삼겹살이나 목살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수육을 만든다.

구워먹는 고기도 맛나지만 수육은 기름기가 쪽 빠지고 부들거리고

어떤 밑반찬이랑도 잘 어울리는 기운 나는 특식이 된다.

수육을 삶는 시간 동안은 오늘은 무엇과 함께 먹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간단한 쌈 종류에 싸서 먹는 간단한 방법부터

새우젓, 쌈장, 마늘을 올려먹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 어울리는 반찬이 없어 잔반처리에 딱이다.

오늘은 매콤한 무말랭이, 묵은지 볶음과 함께 먹었더니 별미가 되었다.

이렇게 3월의 꿈같은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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