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05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화가 났다.
이제 완벽하게 2학년 과학교과서 진도를 모두 마쳤다.
물론 마지막 시간에 약간은 화가 났지만 말이다.
전기와 자기 부분은 이번 기말고사 시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행평가로 회로 연결 부분 실험 점수만 15점이 포함될 뿐이다.
한 학기에 한 번 보는 시험 범위가 너무 많으면 쉽게 공부를 포기하는 관계로
시험 범위에서는 빼주었더니 영 공부를 안한다.(그래서 시험이란 꼭 필요하다. 모두가 그렇다.)
마지막 내용인 플레밍의 오른손법칙과 왼손법칙을 설명하기 전에
그 전에 나왔던 별표 다섯 개짜리 법칙에 대해서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법칙이라고는 옴의 법칙 딱 하나가 나왔는데 말이다. 너무 하다.
어제 만난 49세짜리 제자도 옴의 법칙, 플레밍의 법칙을 아는데 말이다.(물론 그 녀석은 전교 1등이긴했다.)
간신히 화를 뒤로 한 채 오른손과 왼손으로 실습을 하면서 수업 내용을 마무리하였다.
오늘은 가죽 필통 키트를 제공한 곳에서 보내준 PPT(뒤늦게 도착했다.) 의 내용이 괜찮아서
그 부분을 설명하였다.
우리가 만든 가죽 필통의 가죽은 가죽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로 만든 것이고
가죽을 비롯한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이 석유화학제품 생산 관련 다음으로 많으며
가죽제품은 소각할 경우 화학물질 발생율이 높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대부분 매장을 해서 처리하는데
그러면 결국 토양 오염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지난 시간 웃으면서 만들었던 가죽 필통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한 듯 했다.
플레밍의 오른손법칙과 왼손법칙보다는 쉽게 알아들은 표정이었다.
간단한 한줄 소감문을 받아보니 더욱 그렇다.
그 내용과 이어서 우리학교 축제 체험 부스에서 운영될 예정인 플리마켓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었다.
축제날 자신에게는 쓸모가 없어졌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물품들을 모아서 희망자에게 나누어준다.(벌써 3년째 진행이다))
이번 주에는 옷도 다양한 생활용품도 꽤 들어왔으나 모두 교직원들의 기부이다.
작년에는 학생들의 기부가 조금은 있었는데 올해는 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회장님의 힘을 빌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옷, 거울,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수경재배가 가능한 식물재배기 그 외의 기타 등등을 기부하였다.
물건 욕심이 점점 없어지는 것은 내가 생각해봐도 참 신기하다.(자연스러운 변화이나 칭찬한다.)
오늘 수업 내용과 연결해서 학생들의 참여도 독려하면서 나의 지난번 옷 수거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이번에는 아들 녀석 옷과 신발을 정리하여 무려 박스 네 개를 준비해놓고 있다.
옷과 신발을 정리하여 지구에 나무 몇 그루나 심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는 1년에 한번 있는 교사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학교의 1년을 돌아보고 학교 평가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준 의견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는 회의인데
사실은 연례행사처럼 진행되었었다.
올해는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서 다른 해보다는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기는 했으나
획기적으로 좋아지거나 실천이 일어나는 방법은 사실 모든 사람의 대오각성이 일어나기 전에는 쉽지 않다.
학생들이 플리마켓의 취지를 오롯이 이해하고 실천에 함께하는것만큼 힘든 일이다.
교사 집단도 몹시 보수적인터라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이 수업방법개선일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10년전과 비슷한 내용으로 계속 회의만 이루어진다. 디지털기기 활용 수업 부분이 특히 제자리에서 맴돈다. AI교과서도 쓰라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느 학생의 학교 평가 급식 관련 서술형 의견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쓴 글인 줄 알았다. 생각이 나랑 똑같더라.
<음식이 전반적으로 차갑게 식었고
특히 면요리의 양이 너무 많고 차갑게 불어있고 붙어있어서 떼어지지가 않고
나는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어서 덜어놓으려 하면 면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가 이곳에서 흉보던 내용과 너무 똑같아서 놀라웠다.
아이들도 아는 거다. 성의가 없다는 것을...
아침도 못먹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다.
(어머님들이여 너무하는 것 아니신가? 점심도 학교에서 해결하는데 말이다. 늦게 일어나서 밥먹을 시간이 없다는것은 한편으로는 맞고 다른 한편으로는 맞지않는다.)
학생들은 등교길에 학교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던지 빵을 사던지 과자를 사온다.
차라리 김밥과 빵이면 낫다. 달디달고 단 과자를 아침 대용으로 먹는다. (나도 가끔은 그러하다)
그리고 그것을 대충 먹고 나면
맛난 점심을 기대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똑같은 심리일 것이다.
음식은 따뜻하기만 해도 점수의 반은 먹고 들어간다.
우리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250명도 되지 않는다.
급식 먹는 사람 수가 교사까지 합해야 250명 될까 말까이다.
밥, 국, 반찬 2개 혹은 3개일때도 있다만 하나는 김치이다.
김치말고 반찬이 1개인 경우도 있다.
나머지 1개가 디저트류일 경우이다.
과일 디저트는 그나마 나은 경우이고 요쿠르트나 단 음료 혹은 달달한 빵이나 과자류일때도 있다.
그렇다면 밥과 국 김치 빼고는 반찬 1~2개 준비하는 것인데
그것을 따뜻하게 제공할 수는 정녕 없단 말인가?
성의를 다해서 가족을 대하듯 준비할 수는 정녕 없단 말인가?
오늘 그 글을 읽고
사람의 생각은 참 비슷하다는 것과 함께
성의를 다하는 것의 중요성과 함께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으려 하지않고
나의 일인데 눈감고 모른체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총체적인 의문점이 몰려왔다.
어제 제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늙어서 화만 많아졌나보다.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하겠다. 소신발언이다.
무성의한 것처럼 나쁜 것은 없다.
이제 급식 먹을날도 한달 남짓 남았는데 만족하는 날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급식 먹을때가 참 좋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길 바란다.
수업 이야기인지 음식 이야기인지 또 헷갈린다.
왜 이리 먹을것에 집착하는 것이냐. 나라는 사람은...
(막히는 금요일 퇴근길 차에서 달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정작 이 사진을 올리니 달이 잘 안보인다. 무성의하구나. 너무 윗쪽에 달이 위치한다. 슈퍼문인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