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116
수제 햄버거와 급식의 차이
오늘은 축제를 앞두고 밴드 동아리의 마지막 공식 연습일이다.
중 2,3의 15명이 학원 등의 각 종 다양한 학기말 시간표를 맞춘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할 수 없이 1부, 2부로 나뉘어서 연습을 진행했다.
밴드는 드럼 1명, 피아노와 전자 피아노 각 1명, 싱어 3명, 베이스기타와 일렉기타 각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일을 나와 같이 처리하는 매니저가 한 명 있다.
물론 학생이다.
그의 역할을 다양하고 또 다양하다.
드럼을 잡아주기도 하고
협주 시작을 알리기도 하고
악보를 챙기기도
오늘처럼 간식을 나르기도 한다.
춥고 힘든 시기에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주는 정말 멋진 녀석들이다.
그들을 위해 준비한 나의 마지막 특식이 오늘 제공된다.
무려 한 달 이상을 공들인 것이다.
학생들의 석식은 8,000원까지 가능하다.
아니 특별한 경우 9,000원까지는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번 학교 앞 생삼겹살집 사장님 처럼 도움이 없다면 어차피 9,000원으로도 가능한 것은 별로 없다.
힙지로에 위치한 힙한 학교인데 매번 비슷한 것을 먹이는 것은 내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다.
다니다가 힙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수제 햄버거집을 눈여겨 보았다.
지하철역 바로 옆인데다가 맡은 패티의 냄새 만으로도 충분히 방문 의사가 생기는 곳이었다.
나처럼 햄버거를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 사람도 말이다.
한달 전부터 사장님과 눈인사를 하며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배달은 가능한지 브레이크 타임은 언제인지 등등을 말이다.
결론적으로 네시 반 퇴근 직후는 브레이크 타임이라 30분은 기다려야 하고
배달은 해주지 않는다였다.
할 수 없다.
미리 전화 주문을 하고는 다섯 시반에 찾으러 가는수밖에...
그리고는 한 달 전에 10만원의 선금을 걸어두었다.
생일 선물 축하금을 동생에게 받았는데 그것으로 수제 햄버거를 밴드반 학생들과 함께 먹고 싶었다.
그만큼 나에게 잊고 있었던 삶의 생동감과
내가 한때 무지 좋아했던
음악에 대한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켜준
그들에게 감사함이 있어서였다.
현금선물은 동생이 준것이니 실상은 막내동생이 사준 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공식적인 연습일이니 나머지 금액은 학교 카드를 사용하면 대충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햄버거를 고르고 제로콜라와 콜라 중 한가지를 선택하라 하고
인원수대로는 안되지만 감자튀김을 반 정도 주문하고 했더니
오늘도 좋은 사장님께서 학생들에게 준다면서 웨지감자 몇 개를 추가로 주셨다.
좋은 퀄리티의 수제 패티로 감싼 햄버거는 폭신 폭신 맛났다.
그리고 그 수제 햄버거집은 햄버거 포장 상자 아래쪽에 작은 핫팩을 하나씩 붙여주는 센스까지 발휘하였다.
역시 무언가를 안다.
식으면 모든 음식이 소용없다.
이렇게 명확한 사실을 왜 급식실은 모르는 것인가?
요새 극한의 먹거리로
간신히 약을 먹기위해, 살기 위해 버티고 있는데
수요일과 오늘의 급식은 정말 최악이었다.
수요일은 크림스파게티와 단무지, 김치, 쥬스(나는 과연 무엇을 먹었을까나? 흰 밥 조금에 크림을 스프처럼 혼합해서 두 숟가락 정도 먹었다.)
오늘은 스페인 요리라면서 차갑게 변한 해물빠에야, 가지그라탕(엄청 짜서 쓸 정도였다.), 그리고 또 차가운 쥬스라서 나는
다소 짜고 다소 식은 유부장국과 해물빠에야만
몇 번을 떠먹고 말았다.
5,830원짜리 급식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가도 싶지만
지금은 추운 겨울인데 왜 차가운 쥬스를 자꾸 주는 것일까?
단무지와 김치 중 한 가지만 하면 안될까?
가득이나 날이 추운데 볶음밥은 까칠까칠 식으면 더 씹기 힘든 것 아닐까?
이런 근원적인 의문이 자꾸 든다.
큰 일이다.
내가 자꾸 전문 요리사인 것 같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마치 흑백요리사에 출전했던것만 같은 기시감은 무엇인가?
그리고는 자꾸 급식에 대한 불만이 발동된다.
그런데 주된 불만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음식이 차갑다. 너무 짜다가 가장 기본이다.
그래도 오늘 밴드 동아리와 함께 저녁으로 먹은 수제 햄버거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맛이 좋았다.
물론 5,830원의 약 2배 가격이기는 하다. 을지로의 맛집으로 그리고 밴드반 녀석들에게 추억의 음식으로 오래동안 남아주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