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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이야기 세 번째

감성 영재 이야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성품이 멋진 제자를 손꼽자면 최고는 Y이다.

그는 나를 아마도 처음으로 인정해준 제자가 아닐까 싶다.

그때만 해도

학급별 평균을 내고 공부 잘하는 반과 못하는 반을 나누고

환경미화를 심사하고, 청소 우수반을 결정하고

합창대회나 체육대회를 해서는 그 성적을 줄 세우고

무결석반을 달성하는 것으로

그런 잣대로 담임의 역량을 비교하곤 하였다.

Y가 반장이었던 그 반은 그 학년에서 맡아 놓고 꼴찌를 하는 반이었다.

수업 태도가 딱히 나쁜 것은 아닌데

우수한 학생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시험만 보면 월등하게 1년 내내 꼴등을 하여

역시 신규교사였던 담임을 속상하게 하였던 그 학급의 최선을 다하던 반장.

중학교 1학년 답지않게

조용하지만 다양한 친구들을 포용하는 성숙한 리더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배울 점이 많았었다.

철이 일찍 든 Y는 지금도 나의 지지자로서 나를 지켜보아주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해본다.

성품이 멋진 학생들은 지금도 존재한다.

작년 담임이었던 U는 약간은 느리지만(신중한 것이다) 꼼꼼하고

치밀하고 정확하지만 깊은 배려심이 있는 멋진 학생이다.

자신의 아는 것을 남에게 최선을 다해 기분 나쁘지 않게 알려주는 일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일을 잘했다.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알려주고 있는 광경을 여러번 보았다.

또래 친구들에게 질투를 넘어서는 넘사벽이 되고 깊은 믿음을 주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U가 작년 실험에서 실수로 비이커를 깨트린 날,

우리반에서 제일 시끄럽고 순식간에 팩트를 이야기하는 남학생들이 내뱉은 말이 있다.

“아이고 이것은 비이커 잘못이야. U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스스로 깨진 비이커가 백번 잘못한 거지. 그렇지? 그런거야 그렇고 말고”

동료들에게 받는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 지금 중 3인 U의 앞날이 매우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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